도심 대규모 시위에 파업 경고까지, 민노총 제정신인가 [사설]

입력 2022-07-03 17:13   수정 2022-07-04 06:29

그제 서울 중구 시청 인근에서 집결해 용산 삼각지까지 거리행진을 한 민주노총 집회엔 전국에서 약 5만 명의 노동자가 모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는 물론 근래 보기 드문 대규모 집회였다. 과거와 같은 폭력사태 등을 우려해 법원이 여러 조건을 달아 허용했지만, 극심한 차량 정체와 스피커 소음으로 인한 시민 불편은 막을 수 없었다.

민노총의 집단행동은 소비·투자 감소에 무역적자가 66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위기도 아랑곳 않겠다는 것이어서 큰 실망과 우려를 자아낸다. 민노총은 특히 5.0%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실질임금 하락, 불평등·양극화 심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임금 후퇴’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전공장 노동자들의 무단 설비 가동 중단,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직원 파업에 따른 선박 진수 중단 등 민노총 소속 사업장의 혼란이 적지 않다. 공공운수노조는 폭염 대책을 내놓으라며 쿠팡 본사 로비에서 농성 중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이달 중순 금속노조 20만 명 총파업, 8·15 전국노동자대회 등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민노총의 행태는 ‘떼법’이 새 정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사업자 단체인 화물연대 요구를 마치 파업하는 노동자 요구처럼 정부가 넙죽 받아들인 게 빌미가 됐다. 화물연대 본부장은 안전운임제 연장이란 양보를 얻고도 그제 집회에서 “안전운임제 확대 법안이 발의됐다. 투쟁은 이제부터”라고 외쳤다. “정부·여당이 노·정 합의 정신을 위배하면 가차없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정부를 협박하기까지 했다.

민노총의 요구는 재벌·부자 증세, 연금·교육·의료·에너지 분야 공공성 유지 등으로 뻗어가며 통상적 노사관계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 신물이 날 정도다. 심지어 이미 법률에 규정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근거(근로기준법 4조 1항)를 없애라는 요구까지 일삼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우리 경제가 이런 민노총에 휘둘리도록 놔두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불법 파업과 집회엔 엄정 대응하는 원칙을 제대로 세우고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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