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모두 20편 492장 약 1만5000자 정도로,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 편찬한 어록체의 문집입니다. 비교적 적은 분량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폭이 넓고 깊이가 심오합니다. 춘추시대 제자백가 서적 중에서 동양사상의 정화로 꼽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논어는 공자와 유가(儒家)의 정치적 주장을 비롯해 윤리 사상, 도덕관념, 교육원칙 등을 비교적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논어는 생동감 있고, 언어가 평이하고 간결하며, 이해하기 쉽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논어 핵심 내용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이지만, 인생과 사회의 심원한 원리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기독교사상이 유럽과 미국 정신문명의 중심에 있다면,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논어의 사상입니다. 논어는 공자의 삶과 세계관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공자에 대한 평가는 사마천이 지은 '사기열전'의 '공자세가'(孔子世家)가 참고할 만합니다.
논어에는 공자 삶이 생동감 있게 기록돼 있고, 현대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는 구절이 많습니다. 논어에는 배우자는 학(學)이 64번이나 나옵니다. 논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공자의 호학 정신이 나타나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논어에는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마오(毛)도 묻는 것은 수치가 아니(不恥下問)라는 공자의 학습법을 찬성했습니다. 공자는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사람치고 좋은 사람이 드물다고 했습니다. 현대에 적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인간관이라고 할 만합니다.
논어에는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 지식은 사회의 실천과 결합해야 하며, 학문이 아무리 높더라도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와 경험을 중시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마오쩌둥은 공자와 완전히 다른 사상을 주장했고,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호위병들이 공자를 무차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루쉰(魯迅·1881~1936)은 유교 사상을 비판한 소설 '광인일기'에서 유교 계급의 봉건제와 구조적 병폐, 가족제도의 도덕적 위선을 비판했습니다.
공자는 도덕과 효도 그리고 신용을 중시하고, 대중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에 해당하는 겸손과 평화 그리고 배려 등을 강조했습니다. 현대의 중국인들은 공자의 가르침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중국 사회주의 특성상 목적이 정당하다고 생각되면, 남을 속이는 것과 같은 수단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논어에 나와 있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는 매우 경계해야 합니다. 논어는 2000년 이상을 내려오는 동안 첨삭이나 조작의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공맹의 사상인 유교적 주자학에 빠져, 왕이나 집권 양반 세력들이 진취적인 사고를 못 하는 바람에 저항 한번 못하고, 나라를 일본에게 갖다 바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중국의 사회주의적 경제발전 이면에는 토지의 사막화, 미세먼지의 진원지, 환경오염, 배금주의, 전체주의 등 그 심각성은 주변국은 물론 전 세계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논어에 나타나는 유교 사상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는 함께 할 수 없는 이념입니다. 사상은 제도적인 보장을 통해 실천되지 않으면 결과가 좋을 수 없습니다.
중국이 추구하는 사회주의를 통한 중국몽 실현이나 중화민족의 부흥은 논어의 사상과 결이 다른 이념들입니다. 현대의 중국은 경제와 정치가 안정기를 맞이하면서, 마오(毛)사상의 한계와 이념적 위기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지는 것을 막는 치리(治理)의 원리로 유교 사상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공자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스승으로 재평가하고 있으나, 공산당 일당독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동양 국가 중에서 유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중국과 달리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은 중국보다 경제발전과 현대화의 수준이 높다는 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어의 좋은 점은 배우고 수용하되, 전체주의적 현재의 중국의 사상에 빠지면 위험해질 수 있음을 알고 경계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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