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온 가족이 영화관람을 하고 외식하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시대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인 가족 한 번 외출했다가 20만원 가까이 썼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 A 씨는 "가족끼리 톰 크루즈 주연 영화 탑건을 보러 갔다"면서 운을 떼고 "영화관 좌석 구매에 7만5000원, 팝콘과 음료를 사는데 4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후 돈가스집에서 식사하는 비용으로 5만5000원, 커피숍에서 2만5000원을 썼다. 이 비용만으로도 19만5000원을 쓴 셈이다.
그는 "뭐 크게 쓴 것도 없는데 20만원 가까이 소비했다"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고 글을 맺었다.
코로나19로 관객이 극장을 멀리하는 사이 영화 관람료는 급등했다. 주말 오전 10시 이후 영화 관람료는 1만5000원에 달한다.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는 2020년 하반기부터 세 차례(2020년 10월, 지난해 4월, 지난 4월) 관람료를 인상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주중(월~목) 1만원, 주말 1만1000원이던 일반석 관람료는 지난 4월(CGV 기준)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올랐다. 그간 영화 관람료는 2~4년에 한 번씩 CGV가 먼저 1000원 인상을 발표하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뒤따르는 식으로 이뤄졌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4000원이나 오른 것이다.
외식 비용 상승 또한 심상치 않다.
밥상 물가를 비롯해 서비스, 공공요금 등이 전방위로 올라 이번 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는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국제 곡물 7월’ 관측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84.8, 사료용 178.4로 2분기보다 각각 13.4%, 12.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주요 곡물 가격 수준을 나타내기 위해 2015년 수준을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수치다.
3분기 곡물 수입단가가 급증한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고점을 찍은 시기(3~6월)에 구입한 물량이 올 3분기에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2020년 말부터 7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수입 곡물 가격 상승은 곧 소비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치솟은 수입 곡물 가격이 식품·사료 가격을 밀어 올리면 식품·외식 업계도 판매 가격에 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회의 참석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경제 문제는 국내외가 따로 없다. 경제 안보 관련한 순방의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해주시고, 대통령실이 부처와도 수시로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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