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점휴업' 36일 만에…여야, 院구성 극적 타결

입력 2022-07-04 17:27   수정 2022-07-05 01:09


여야가 4일 입법부 공백 36일 만에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에 전격 합의하고,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여야가 국회를 열긴 했으나,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과 사법개혁특위 구성 등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아 여야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의장에 김진표, 부의장에 김영주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의장에는 민주당 소속의 김진표 의원이, 야당 몫의 부의장에는 김영주 의원이 선임됐다. 여당 몫 부의장은 임기가 남은 정진석 부의장이 연말까지 맡기로 했다.

여야는 전날 원내대표 및 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심야까지 벌이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제시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대폭 축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강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 취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재구성 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민주당은 4일 오전까지 국회의장 단독 선출도 불사하겠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해 국회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상임위원장 선출을 여야 합의로 한다면 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해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후에 열린 의총 공개 발언에서 “국민의힘 제안을 수용하고자 한다”며 극적 타결을 알렸다.
입법 공백 지적에 여야 부담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합의에 나선 배경으로 민생 경제 악화를 꼽았다.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입법부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는 데 여야 모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경제 위기에 따른 집권당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지도부 갈등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부담이다. 정권 초기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 예고 등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가운데 국회 정상화를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도 입법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역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내 투쟁으로 방향을 틀었다. 각 부처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나 입법 등을 통해 여권을 압박하는 한편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물가 급등으로 국민들의 생활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원 구성을 이끌지 않으면 국민 여론이 악화된다”고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개특위 구성 등 쟁점 여전
국회 의장단이 선출됐지만 국회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양당이 합의한 ‘상임위원장 합의 선출’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것에만 합의했을 뿐 다른 쟁점에 대한 불씨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초 요구했던 원 구성 협상의 전제 조건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 등 국회 개혁 문제, 사개특위 등 여러 쟁점에 대해 함께 논의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몫이라고 주장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미룬다면 비판의 화살은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개특위와 관련해서도 “여야 위원을 5 대 5 동수로 하고 위원장을 우리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 사개특위가 운영될 것”이라며 “만약 우리 조건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하면 사개특위 운영 관련 논의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동훈/전범진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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