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이화여대 의대에 입학한 최씨는 예과 2학년이었던 이듬해 노숙인 봉사를 시작했다. 무료 급식 활동에 참여한 그는 폭우 속 길에 앉아 빗물 섞인 밥을 먹는 노숙인을 보며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쳐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과 전문의가 된 뒤엔 ‘의사는 병이 가장 많은 곳에 가야 한다’는 사명감에 따라 안정적 대학병원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20여 년간 노숙인을 위해 살아왔다. 2002년 서울 청량리 뒷골목에서 ‘밥퍼 목사’로 알려졌던 최일도 목사와 ‘다일천사병원’을 세우고 의무원장을 맡았다. 이 병원의 유일한 의사였던 그는 인근 사택에서 생활하며 하루 100명 넘는 노숙인을 밤낮없이 돌봤다. 당시 그의 월급은 100만원이었다.
2004년부터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풀타임 자원봉사 의사로 근무한 그는 2009년 서울역 앞 노숙인 지원 시설인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 다시서기의원을 열었다. 여성 노숙인 쉼터인 마더하우스도 세웠다.
2015년 노숙인 질병을 분석한 사회의학 전문서 《질병과 가난한 삶》을 출간한 뒤 2016년엔 이들의 재활과 회복을 돕는 회복나눔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14년 자선병원 도티기념병원 내과 과장을 거쳐 2017년부터 서울시립서북병원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씨는 “늘 익숙한 삶이 지금의 삶인데 ‘성천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 존중 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제정됐다. 2012년부터 음지에서 헌신하며 사회에 귀감이 된 의료인을 발굴해 시상해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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