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 한국창업원을 여는 고영화 원장(사진)은 4일 개원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베이징 차오양구 중관춘 전자성에 입주한 한국창업원은 4400㎡ 부지에 53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코로나19로 지연된 시설 공사를 마치고 이달 중순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고 원장은 2002년부터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해온 ‘중국통’이다. 2016~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 스타트업 중국 진출 지원 기구인 KIC중국 초대 센터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년 전에 비해 중국 시장은 미국의 70%, 유럽의 80% 정도 될 정도로 커졌고 그만큼 글로벌 기업이 많이 진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거의 모든 기술 부문에서 한국 수준에 근접해 시장 공략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여전히 놓쳐선 안 될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득 3만달러 수준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활용하면 한국이 공략할 부분도 여전히 있다”고 조언했다.
고 원장은 “중간재 중심의 한국 대기업이 여전히 중국에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중소기업들이 뭉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게 한국창업원의 취지”라고 말했다. 입주 기업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다든지, 공동 마케팅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에는 22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유학생 1만5000여 명, 교민 5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 전용 창업지원센터나 산업단지는 없었다. 중일산업원은 2020년, 중독산업원은 2021년에 한국창업원의 10배 이상 규모로 문을 열었다.
고 원장은 “중국의 중관춘 창업지원제도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입지적인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중관춘은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가 몰려 있는 베이징 하이뎬구의 창업단지이자 이 단지에서 유래한 창업지원제도이기도 하다. 베이징 16개 구에 모두 세금과 지원금 혜택을 주는 중관춘창업단지 분원이 들어서 있다. 한국창업원이 들어선 차오양구 중관춘 전자성도 그 분원 중 하나다.
고 원장은 또 한국창업원을 중국 정부와 한국 대사관·공공기관 등 각종 기구 간 교류 장소로도 제공할 계획이다. 임차료도 중심가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책정했다. 6~30명 규모 회의실 6개, 호텔급 시설 로비 등을 갖춰 입주 기업의 고객 접대 등에서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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