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95억달러 가량 감소하면서 4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달러화 강세에 따라 유로화 등 기타통화 외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데가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는 등 원화 약세 방어를 위해 외환당국의 대응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사이 대비 94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117억5천만달러)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타통화 외화자산 미 달러 환산액 및 금융기관 예수금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105.11로, 전달(101.67)보다 3.4%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3.1%, 파운드화는 4.2%, 엔화는 6.5% 절하됐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952억7000만달러로, 전달 대비 62억3000만달러 줄어들었다. 유가증권이 4000억달러를 밑돈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예금과 비슷한 성격인 예치금은 26억4000만달러 줄어든 192억3000만달러였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5억1000만달러 줄어든 14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융자 등으로 보유하게 되는 IMF 관련 청구권인 IMF포지션은 6000만달러 감소한 44억2000만달러였다.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외환보유액 규모(5월 기준)로 상위 10위에 속하는 국가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나라는 한국과 함께 러시아, 싱가포르였다.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외환보유액이 늘어났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일제히 줄어들었던 지난 4월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대비 81억달러 늘어난 3조1278억달러로 나타났다. 일본(1조3297억달러), 스위스(1조411억달러), 인도(6032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같은 기간 56억달러 줄어든 5874억달러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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