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도 잇따라 나왔다. 국내에서는 암호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가상자산업계에서 다음 유니콘으로 거론하는 국내 스타트업 중 하나가 하이퍼리즘이다. 가상자산 운용사인 하이퍼리즘은 최대 8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사들이 하이퍼리즘을 찾는 것은 투자 전문성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의 안전한 보관, 효율적인 매매 등도 하이퍼리즘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운용 자산 규모는 설립 초기인 2018년보다 20배 이상 증가했다. 하이퍼리즘이 운용하는 펀드의 연간 평균 수익률은 20%가 넘는다.
벤처캐피털(VC)업계는 하이퍼리즘의 성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2019년 하이퍼리즘이 설립된 지 2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 전문 계열사인 스프링캠프·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하이퍼리즘에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투자 전문 자회사인 삼성넥스트, GS그룹의 벤처투자사 GS퓨처스, 게임사 위메이드 등도 하이퍼리즘의 주주가 됐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았다.
2017년 지인의 소개로 일본 중견기업 소유주의 수행 비서로 취업했다. 이 대표는 “당시 일본에서 받은 월급을 한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일본 은행의 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서 대안을 찾다가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모건스탠리 출신인 오상록 공동대표와 서울대 출신 수학·물리·정보 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하이퍼리즘을 세웠다.
하이퍼리즘은 올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웹3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 웹3는 페이스북처럼 특정 업체가 관리하는 중앙·집중화된 서비스가 아닌 탈중앙화된 분산 서비스를 뜻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곳으로 꼽힌다.
하이퍼리즘은 ‘가상자산업계의 골드만삭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아우르는 소프트뱅크를 키워낸 것처럼 우리도 금융과 블록체인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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