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뭔가 큰 물밑 변화가 감지된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에서 #광안리해수욕장(58만 건)이 #해운대해수욕장(44만 건)을 앞서고 있는 게 심상찮다. 2020년 7월 방문객 수에서 해운대를 제치긴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피서객이 분산된 때문이란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최고 인기 해수욕장인 해운대(2019년 방문객 1120만 명) 그늘에 가려 부산에선 만년 2위, 전국 3위에 머물던 광안리(845만 명)의 대역전극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광안리는 오목하게 들어간 해안선 덕택에 파도가 잔잔해 가족 단위 해수욕객이 많이 찾았다. 해운대에 버금가는 1.4㎞ 백사장엔 여름만 되면 비치파라솔이 빼곡했다. 하지만 1970년대 주변 남천·광안·민락동 주택가에서 쏟아져 나온 생활하수가 문제였다. 하수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뒤에도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길 꺼릴 정도였다.
광안리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은 2003년 광안대교 완공 때부터다. 7420m에 걸친 바다 위 다리의 장관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다시 광안리로 모여들었다. 여기에 부산시 수영구의 혁신 노력이 더해졌다. 수영구는 파도가 강하지 않은 광안리 특성을 살려 보드 위에서 노를 젓는 패들보드(paddle board) 특화지구 조성을 추진했다. 아침엔 바다 수면 위 보드에 앉아 요가를 하고, 저녁엔 노을을 감상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게 전국 서핑족에게 제대로 먹혔다.
작년 12월부터는 드론 500대를 이용한 라이트 쇼를 매주 토요일 저녁, 광안리 밤하늘에서 열고 있다. 전국 최초 상설 드론 쇼란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수영구가 2008년부터 체험 이벤트를 위해 뿌린 명주조개들은 자연적으로 대량 번식해 해수욕장 일대가 조개잡이 체험장이 되기도 했다.
물론 소득 수준이 높고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호텔 등 각종 기반 시설이 훌륭한 해운대를 더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2030이 찾는 핫플레이스는 단연 해운대 옆 광안리다. 지역 특성을 제대로 살린 공공기관의 혁신 성과란 점에서 주목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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