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0일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원장 발언이 나온 지 1주일도 안 돼 우리아파트론의 금리 상단은 연 6%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이날 급기야 연 5% 선까지 떨어졌다. 이 원장의 한마디에 금리가 19일 만에 1.13%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1~8등급 고객에게만 적용되던 조정금리(우대금리)를 모든 고객에게 확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10등급 저신용자한테도 약 1.3%포인트의 조정금리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게 되면서 금리 상단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처럼 최고금리가 떨어진 게 실수요자 입장에선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차주 비율은 극히 미미하며 이들은 대출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일반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 혜택을 체감하려면 금리 하단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지난달 16일 연 5.41%에서 이날 연 5.18%로 소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연 5.23%→연 4.96%), 신한은행(연 4.74%→연 4.63%)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국민은행(연 3.69~5.19%→연 3.70~5.20%), 신한은행(연 4.01~5.03%→연 4.45~5.50%), 하나은행(연 4.33~5.63%→연 4.68~5.98%) 등 오름세가 이어졌다.
농협은행과 케이뱅크도 최근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의 금리를 각각 최대 0.2%포인트, 0.41%포인트 낮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뿐 아니라 중도상환 수수료 감면,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 등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고금리 수신 상품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는 은행들도 있다. SC제일은행은 최고 연 2.5% 금리를 적용하면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마이런통장 5호’를 2000억원 한도로 한정판매한다고 이날 밝혔다. 수협은행은 최고 연 3.1% 금리의 ‘Sh플러스알파예금’을 출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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