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노사 양측의 의견 보다는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의도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저임금위원을 임명하는 구조여서 “공익위원이 특정 정권에 편향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권,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나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월급 한번 줘 본적 없는 교수들이 소상공인의 명줄을 쥐고 있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최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입법조사처와 법안 개정을 논의하는 단계”라며 “민생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제도 개편을 위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문제점이 일부 있다”며 제도 개편에 공감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이 맡고, 사용자위원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경영계가 참여한다. 공익위원은 연구원이나 교수가 대부분이다.
공익위원 안대로 결정되는 최저임금
겉으로는 최임위 구성이 균형적인 것 같지만, 그동안 최저임금은 대부분 공익위원 뜻대로 결정됐다. 근로자위원은 인상 폭이 작다는 이유로, 사용자위원은 그 폭이 크다는 이유로 표결에 불참한 사례가 많아서다.지난달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각각 1만890원(18.9% 인상), 9160원(동결)을 내세웠다. 세 차례나 수정안을 냈지만, 양측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9620원을 단일안으로 내놨다.
그러자 노사 측은 일제히 반발했다.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소속 4명은 “치솟는 물가에 5.0% 인상안은 실질임금 하락과 같다”며 표결 전 집단 퇴장했다. 사용자위원은 “영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9명 전원이 표결을 하지 않고 떠났다. 결국 나머지 근로자위원인 한국노총 소속 5명과 공익위원 9명이 남아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표결했다.
지난해 심의에서도 노사 양측이 표결을 거부하며 공익위원이 내세운 금액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작년과 올해를 비롯해 최근 10년 간 공익위원 안이 표결에 부쳐진 것만 7번에 달한다. 사실상 공익위원 의도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익위원 입맛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다 보니 인상폭이 기준 없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8년 최저임금(7530원)은 전년(6470원) 대비 16.4% 오른 반면, 지난해(8720원)는 전년(8590원) 보다 1.5% 오르는 데 그쳤다.
정권 편향성 논란도
정권 편향성도 꾸준히 나오는 논란거리다. 최저임금위원은 노동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렇다 보니 정권의 기조대로 최저임금 인상 규모가 결정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20대 국회에서 ‘공익위원을 국회에서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다수 올라왔지만 국회 문턱은 넘지 못했다.최저임금위원 임기가 3년이다 보니 새 정부도 난처한 분위기다. 현재 공익위원 9명 전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3월과 5월 위촉됐다. 2024년 초까지는 이들 의사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 모두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과 맞지 않는 사람으로 채워진 상황은 향후 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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