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日 재무장관 기회 되는 대로 만날 것"

입력 2022-07-06 15:56   수정 2022-07-06 16:12


6일 경제계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대표단을 만나 “기회가 되는대로 일본 재무장관을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단된 한·일 재무장관 회의가 부활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추 부총리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등 일본 기업인 대표단과 면담을 가졌다. 이날 면담엔 마사카즈 회장을 비롯해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 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 하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 제작소 회장,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굵직한 일본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일본 대표단에 “정부 차원에서 양국 재계의 상호 교류와 경제협력 활성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에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을 만나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5월 12일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스즈키 재무상과 화상으로 회의를 가지긴 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단체 만남이 예정돼있지만 한일 양국 간 만남은 아직 예정된 것이 없다.

일각에선 2016년 이후 중단된 한일 재무장관 회의의 부활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과 일본의 재무장관 및 차관·국장 등 주요 정책 수뇌부들의 1대1 교류의 장인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처음으로 개최됐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일 외교관계는 냉각된 상황이었지만, 세계화 추세 속에서 인접한 양국이 공동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 늘고 있다는 공감대로 개최가 결정됐다. 첫 회의를 주도한 인물은 현재 국무총리를 맡고 있는 한덕수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2006년 첫 회의에서 양국은 당시 70억달러 규모였던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를 15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이뤄진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는 한국이 금융위기를 비교적 큰 피해 없이 극복하는데 의미있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16년 7차 회의를 끝으로 열리지 않은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선 국제금융 뿐 아니라 경제정책, 세제, 국고, 예산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이뤄졌다. 한국보다 10~20년 앞서 고령화 등 선진국형 사회현상을 겪은 일본 경제 당국과의 교류를 통해 상당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정부 내부의 평가다.

정권과 관계 없이 과거사, 독도 문제 등으로 외교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열렸던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맥이 끊겼다. 임기 초반부터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데 이어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강대강’으로 맞불을 놓으며 경제관계까지 얼어붙으면서다.

한일 재무장관 회의 재개를 두고 경제계 안팎에선 충분히 검토할만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에 방한한 게이단렌 회장단 가운데 스미모토화학을 이끄는 도쿠라 회장과 히타치제작소의 히가시와라 회장을 이틀 간 각각 만나 사업 협력 및 공급망 안정 방안 등을 논의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용 편광 필름을 공급하는 소재업체, 히타치는 삼성이 만든 반도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고객사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들이 2019년 일본의 소재, 부품 수출규제 대상으로 꼽혀던 삼성과 만난 것은 의미가 크다”며 “현재 미국과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일간 경제관계의 함수도 바뀌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태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공급망 패러다임도 바뀌는 상황에서 한일 경제관계도 다시 재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한일 재무장관회의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장 예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향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4일 윤석열 대통령 역시 게이단렌 회장단을 만나 “양국은 미래 지햐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양국 관계의 현안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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