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P씩 뛰는 물가…"전기·가스요금 반영 땐 8%로 치솟을 수도"

입력 2022-07-05 17:21   수정 2022-07-13 15:07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6%대를 기록하자 정부 안팎에서는 ‘물가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매달 거의 1%포인트꼴로 오르는 추세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달 이후가 더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된 데다 휴가철과 장마, 추석 명절 등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6%대 상승률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급 요인이 주도한 물가 상승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공업제품의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3% 상승했다. 등유(72.1%)와 경유(50.7%), 휘발유(31.4%) 등 석유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결과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 제품 가격도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도 4.8% 올랐다. 수입 소고기(27.2%), 돼지고기(18.6%), 포도(31.4%), 감자(37.8%) 등 다수 품목의 가격이 뛰었다. 이들 품목의 가격은 모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및 곡물 가격 상승은 공업제품, 농축수산물 외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 공급 측에 있는 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대 상승률 당분간 이어질 듯
정부와 민간 전문기관들은 당분간 6%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어 심의관은 “물가 하방요인은 불확실하고, 상방요인은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도 소비자물가 동향 분석 자료를 통해 “당분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더 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달 1일부터 전기 및 가스요금이 추가로 인상됐다. 전기·가스요금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다른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쳐 연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개인서비스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9월 초 추석연휴를 앞두고 농수산물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장마 등 기후 관련 변수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어 심의관은 물가상승률이 7~8%까지 치솟을 가능성에 대해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6~8월이 물가 정점?
일각에서는 오는 9월 이후 물가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물가상승률 정점은 6~8월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과거 물가 급등기 지속 기간이 7~27개월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물가 급등기는 이미 20개월 이상인 만큼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작년 10월부터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대로 올라선 것을 감안하면 기저효과 때문에라도 연말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일부를 자체 흡수하고 있다는 점을 향후 소비자물가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경연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원가 부담 흡수 여력이 약해져 소비자 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물가 상승 정점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저효과 때문에 상승률이 다소 진정될 수는 있지만, 한동안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정의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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