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6%대를 기록하자 정부 안팎에서는 ‘물가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매달 거의 1%포인트꼴로 오르는 추세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달 이후가 더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된 데다 휴가철과 장마, 추석 명절 등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6%대 상승률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도 4.8% 올랐다. 수입 소고기(27.2%), 돼지고기(18.6%), 포도(31.4%), 감자(37.8%) 등 다수 품목의 가격이 뛰었다. 이들 품목의 가격은 모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및 곡물 가격 상승은 공업제품, 농축수산물 외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 공급 측에 있는 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더 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달 1일부터 전기 및 가스요금이 추가로 인상됐다. 전기·가스요금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다른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쳐 연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개인서비스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9월 초 추석연휴를 앞두고 농수산물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장마 등 기후 관련 변수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어 심의관은 물가상승률이 7~8%까지 치솟을 가능성에 대해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들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일부를 자체 흡수하고 있다는 점을 향후 소비자물가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경연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원가 부담 흡수 여력이 약해져 소비자 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물가 상승 정점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저효과 때문에 상승률이 다소 진정될 수는 있지만, 한동안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정의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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