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죄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아파트 위층에 사는 C씨가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욕설했다. 피해자의 자녀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여러 사람이 듣는 ‘공연성’이 인정돼야 한다. 소수의 사람이 들었다고 해도 다수에게 이를 전달할 개연성이 있는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의 인터폰은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형태다. 피해자의 아들과 손님 D씨, D씨의 딸 2명도 욕설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벌금 70만원씩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의 욕설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다수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와 친분이 있는 방문객은 욕설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피해자 C씨와 손님 D씨가 비밀의 보장을 기대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D씨는 C씨를 2013년 처음 알게 됐고, 2018년부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뒤 C씨가 직장을 그만둔 2019년 6월 이후에는 교회에서 월 1~2회 만나는 사이로 지내 왔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바 있다.
대법원은 또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거리가 됐다면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될 수 있다”며 “전파 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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