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런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도 우회 도로를 이용해 하염없이 도로 안에 갇혀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V2V(Vehicle to Vehicle) 기술이 제안되고 있다. 단순히 한 대의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 주변 차량과의 소통을 통해 보다 안전한 자율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상황은 V2V 기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차량 문제가 아니라 도로 인프라의 비정상으로 교통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개인 모빌리티(PM)의 등장을 넘어 도심항공교통(UAM) 등이 현실화되는 시대인 만큼 안전하고 편리한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빌리티 문제의 해결은 우리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파괴, 도심화, 노령화 문제와도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예를 들면, 공유 자동차 혹은 다목적 자동차 중심의 자율 교통 환경과 사용 요구에 맞춘 최적의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는 자동차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탄소 배출 감소에 큰 공헌을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빠르게 이동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심화로 인한 차량 증가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교통 연구의 패러다임도 자동차, 도로 관제와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결하는 통합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 실현의 큰 걸림돌은 스마트 모빌리티의 세 주체인 자동차, 도로 인프라, 모빌리티 서비스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적인 자동차업계와 구글 애플 화웨이 같은 정보기술(IT)업계는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 기술로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을 석권하려 하고 있다. 지멘스와 NHN 등은 자율주행 기술과 교통 정보 클라우드 등을 통합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제안하고 있다. 교통을 관장하는 공공부문은 도로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클라우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사일로 현상, 즉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간에 공유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궁극의 스마트 모빌리티 실현을 위해서는 서비스 요구에 대해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경을 고려, 유연하고 즉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사고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로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긴밀히 대응하고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변화를 감지하고 예측, 판단하는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심층학습 기술이 핵심이다. 또한 도로에서 발생하는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고 통합하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초지연·안전 네트워크와 에지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도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런 기술들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적응하고 나아가 진화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동만 KAIST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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