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면허 산 기사들 "교육 못받아 일 못나가요"

입력 2022-07-06 17:33   수정 2022-07-14 16:49


심야 택시가 부족한 ‘택시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인택시 영업에 새로 진출하려는 기사들이 교통안전의무교육(양수교육)을 제때 받지 못해 영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정부가 작년 초 개인택시 면허 취득 문턱을 낮추면서 택시 면허 가격이 오르고 매매가 활발해졌지만 교육 여건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수교육은 법인택시·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 운행 경력이 없는 사람이 택시 면허를 확보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안전 교육이다. 교육을 수료해야만 개인택시 면허 양수 요건인 사업용 무사고 기간 대체 경력을 인정받는다.
“교육 대기자만 수천 명”

6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택시 영업 희망자가 의무로 받아야 하는 양수교육 수강 모집이 연말까지 모두 마감됐다. 이로 인해 영업에 나서지 못하는 예비 개인택시 기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가 오전 9시부터 교육 대상자 모집을 시작하자 10여 분 만에 오는 12월 말까지 예정된 양수교육(5일·40시간 과정) 예약 정원 총 2080명이 다 찼다.

양수교육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가 개인택시 면허 양수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엔 ‘최근 6년 내 사업용 차량 5년 무사고 경력’을 보유한 사업용 자동차 영업자만 개인택시 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지난 1월 법 개정으로 일반 차량 5년 무사고 경력자도 양수교육만 이수하면 개인택시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이 때문에 택시 면허 가격도 오르고 있다. 택시 면허 매매 플랫폼 남바원택시에 따르면 이달 제주 지역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1억8000만원으로 자격 완화 전인 2020년 말 1억1500만원에 비해 6500만원 뛰었다. 경기 광명, 대구, 전북 전주 등도 같은 기간 400만~1000만원가량 올랐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52)는 “개인택시 하나 있으면 어떻게든 생활비는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따놓자는 마음으로 신청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고 있어 교육 기회를 늘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북 지역에서 개인택시를 시작하려는 아버지 대신 예약을 진행했다는 종로구 직장인 박모씨(25)도 “운 좋게 예약에 성공했지만 교육 신청이 대학 수강신청을 방불케 했다”며 “순식간에 정원이 차는 것을 보고 아찔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중고 거래 플랫폼·예약 대행업체 등이 30만~40만원을 받고 취소 여석 선점을 대행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교통공단 “인력난에 확대 어려워”
교육을 맡고 있는 교통공단은 교육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버스·화물차 자격 취득 등 다른 교육도 병행하다 보니 교육 대상을 한꺼번에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공단은 지난해 1만50명이던 신규 교육 예정 인원을 올해 5890명으로 40% 가까이 줄였다. 교육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다른 법정 교육을 줄여가며 교육을 진행했지만 올해에는 여건이 안 돼 양수교육 인원을 불가피하게 축소했다”며 “현재도 원래 계획했던 4500명 수준 대비 1000명 이상 늘린 규모”라고 밝혔다.

개인택시를 일종의 ‘보험’으로 여겨 미리 면허를 따려는 수요자가 최근 크게 증가한 것도 난제 중 하나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8395명의 최종 수료생 중 개인택시 면허 양도를 받은 인원은 약 5100명으로 60% 수준에 불과하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양수교육 수료자는 수료일로부터 3년 내로만 면허를 상속받으면 된다. 당장 면허를 사지 않아도 나중을 생각해 미리 따놓는 수요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공단 교통안전교육처 관계자는 “취득 유효 기간을 2년으로 줄이고, 홈페이지 예약 시스템에 대기 번호 부여 기능을 넣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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