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해 먹느니 사 먹는다"…장바구니에 '이것' 담는 2030

입력 2022-07-06 22:00   수정 2022-07-06 22:50

신혼부부 감모 씨(31)와 한모 씨(30) 부부는 밀키트(반조리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잦다. 신혼 초엔 직접 재료를 사 요리를 해먹기도 했지만 식구 수가 적다보니 음식 양이 너무 많았다. 두 식구가 먹는 한 끼를 차리려 여러 식재료를 사다보면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일이 많아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쓰레기도 너무 많이 나왔다. 채소, 고기, 생선 등 각각 재료를 살 때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재를 버려야 했으며, 재료 자체의 음식물 쓰레기도 적지 않았다. 한 씨는 “한번 요리할 때마다 쓰레기가 어마어마 했다. 차라리 밀키트는 요리 하나 당 비닐 하나, 플라스틱 포장재 하나만 버리면 되지 않냐”며 “식구가 적을수록 요리를 직접 하는 것보다 차라리 밀키트가 친환경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씨와 한씨 부부처럼 가정에서 ‘해먹는 밥’을 ‘사먹는 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한 끼 요리에 필요한 개별 식자재를 구매해 요리를 하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밀키트가 더 효율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또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려 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되레 밀키트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회사 유로모니터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017억원이었던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20년 1882억원으로 전년대비 85% 급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 2587억원까지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31% 수준으로 계속 성장해 7253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젊은 신혼 부부는 물론 50~60대 소비자까지 밀키트를 찾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햇반이나 인스턴트, 냉동식품 등이 전부였던 가정 간편식 시장은 대체육, 호텔 음식 등 메뉴가 다변화됐다. 밀키트의 최대 장점은 편의성.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자재와 양념만으로 짧게는 몇 분만에 간편하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 편리하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요리를 하면 집에 각종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이는데 밀키트는 재료가 미리 손질돼 있고 양도 계량돼 있어 음식물 쓰레기 양이 적다며 선택하는 소비자 비중이 크다”고 전했다.

물론 밀키트에서도 보냉팩이나 플라스틱·비닐 포장재들이 배출되긴 한다. 식품업체들은 앞으로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상품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보고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스팸 제품의 노란 뚜껑을 제거한 선물세트를 출시하는 등 폴리프로필렌(PP) 재질 플라스틱을 267톤 절감했으며, 롯데마트 역시 생분해가 가능한 밀키트용 크라프트 포장지를 개발, 자체 밀키트 브랜드 '요리하다'의 일부 상품을 교체하고 있다.

밀키트 전문기업 마이셰프도 작년 10월부터 밀키트 포장용기를 친환경 종이 용기 ‘프로테고’로 전환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생분해 밀키트 포장재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식탁 물가가 높아진 만큼 오히려 밀키트가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떠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0% 오르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처음으로 6%로 치솟았다. 예컨대 쌈채소 가격은 한 달 새 가격이 배 가까이 뛰어 적상추(상품)의 경우 1개월 전엔 kg당 8498원이었지만 5일 기준 1만6141원에 거래되며 89.94% 급등했다. 청상추(상품) 역시 9542원에서 1만7171원으로 80% 급등했다.

반면 밀키트의 가격 변동폭은 크지 않다. 밀키트 업체들은 농가와 계약 재배 혹은 연 단위 공급을 맺고 있다. 식자재 시세 변동에도 동일한 가격으로 밀키트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60대 주부 김미정 씨(62)도 최근 끼니를 밀키트로 해결하는 경우가 잦다. 김 씨는 “남편과 둘이 사는데 물가가 워낙 오르니 두 식구가 먹는 한 끼를 차리려 여러 식재료를 사다보면 비용이 3만~4만원은 넘기 일쑤”라며 “불 앞에서 요리하며 냉방비까지 들이는 것보다 1만~2만원대 밀키트를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게 생활비가 적게 들고 편리하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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