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전당대회 출마 불허' 판단을 받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이 같은 판단을 '토사구팽'이라고 규정하면서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1996년생으로 올해 27살인 박 전 위원장은 "친구들과 가끔 여행도 가는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는데, 요즘 많이 힘들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6일 '초심을 되새기며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저는 N번방 취재를 시작으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저는 정치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정치권에 들어왔다"고 운을 뗐다.
박 전 위원장은 "성범죄를 막으려면 입법부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사법부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하지만, 모든 것이 뒤틀렸다"며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저를 영입했던 민주당은 지금 저를 계륵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반면 성희롱 발언을 한 의원은 팬덤의 비호 아래 윤리심판원의 징계를 받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며 "국민의힘 대표는 성 상납 의혹으로 징계당할 처지에 놓여있는데, 이런 정당들이 대표하고 있는 입법부가 성범죄를 해결하길 바랐던 건 제 욕심이었냐"고 반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하는 수준이고,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범죄를 막으려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어제 아동 성 착취물 공유사이트를 운영하고, 성 착취물 22만 건을 유통해서 수십만 명의 아동과 여성의 삶을 파괴한 중범죄자 손정우에게 법원이 겨우 징역 2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했다.
올해 27살인 박 전 위원장은 "솔직히 요즘 저도 많이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번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하며 한숨을 쉰다"며 "SNS에 올라온 친구 생일파티 사진을 보면 못 가서 미안한 마음이 들고, 친구의 여행 사진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불과 6개월 전, 저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가끔씩은 여행도 다니는 그런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에 남아 있는 것이 옳은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며 "그리고 어젯밤 손정우의 기사를 보며 다시 한번 초심을 되새겼다.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법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였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리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박지현은 물론, 저에게 만들자고 약속했던 성폭력이 없는 세상까지도 토사구팽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제가 막겠다"며 "성범죄가 사라지고 피해자가 아프지 않은 그날까지, 저는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는 전날 박 전 위원장의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불허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 당원이 된 지 6개월이 되지 않아 당헌·당규상의 '당 대표 피선거권'을 얻을 수 없는데, 비대위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거부한 것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은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소중한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당무위에 박 전 위원장 출마를 위한 예외 조항을 안건으로 상정해 토론하도록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위원장은 "저는 피선거권을 부여받아 당헌에 의해 선출된 비대위원장이었고, 그동안 우리 당이 저에게 준 피선거권을 박탈한 적이 없다"면서 당대표 경선 후보 등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임시 당대표인 비대위원장에 투표로 선출된 적이 있으니, 이미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당시 투표로 선출됐다는 건, 곧 피선거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부여된 피선거권이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는 것이냐"며 "제게 부여한 피선거권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그때 부여했던 피선거권을 특별한 조치로 박탈하지 않았다면 이제 와서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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