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등 대내외 잇단 악재 속에서도 역대 두 번째인 7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94%, 영업익은 11.38% 증가한 수치다.
매출의 경우 역대 최고치였던 1분기(77조7800억원)보다는 1% 줄었지만 2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많다. 영업익은 1분기(14조1200억원)보다 0.85% 감소했고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세번째로 높았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매출 77조567억원, 영업이익 14조7483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거의 부합했지만 영업익은 다소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분기 매출 첫 70조원을 돌파한 뒤 올 1분기까지 역대 최고 매출 행진을 계속 경신해왔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이 실적 선방을 견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10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의 영향으로 PC용, 모바일용 수요가 약화됐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등 서버용 수요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과 가전은 인플레 및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실적이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6100만대 수준으로 1분기(7300만대)보다 1000만대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TV 출하량도 900만대로 전 분기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던 1분기와 비슷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악재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에는 실적이 악화돨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2분기 실적에서는 둔화된 스마트폰 실적을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메웠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역시 경기 둔화 영향권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 물가 상승 등 여파로 실질소득이 줄면서 가전제품 소비도 크게 줄어 재고가 늘어나는 것 역시 부정적 요인이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D램 수요는 북미를 중심으로 견조하지만 PC용은 소비자 중심으로 수요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모바일용은 중국의 봉쇄 영향으로 예상보다 수요 상황이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 폴드4'와 '갤럭시Z 플립4'를 출시하는 만큼 신제품 효과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안정되고 제품 가격이 오르는 추세여서 실적이 급격히 고꾸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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