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로 접어들면서 전기차 침수 시 감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중고차매매단지 침수 피해나, 인천의 갯벌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폐차된 EV6 사건 등이 눈길을 끌면서 전기차 차주들 걱정이 늘고 있는 것인데요. 전기차가 300V 이상의 고전압 배터리로 움직이는 만큼 감전 위험 등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게 요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침수된 전기차 안에 타고 있어도 감전 위험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전기차를 제조할 때부터 이같은 위험성을 고려해 2중, 3중 안전장치가 기본 탑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배터리일 텐데요. 전기차는 300V 이상의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하는 만큼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충격'과 '물'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가 침수가 될 경우를 대비해 배터리 등 주요 전원부를 방수 처리한다고 설명합니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이라는 장치가 탑재돼 있는데요. 배터리의 '두뇌'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만약 차체가 침수 상태에 들어가 전기계통에 이상작용을 일으켜 '과전압', '과전류'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BMS의 배터리 보호 모듈이 작동하면서 전력을 차단합니다. 배터리와 외부를 잇는 전력을 끊음으로써 배터리를 고립시키는 구조입니다.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배터리팩도 스마트폰처럼 방진방수 등급을 받습니다. 일정 기간(30분) 물에 잠겨도 사용 가능한 국제표준 'IP(International Protection Making)' 안전 등급을 차량 제조 단계에서 획득해야 합니다.
배터리팩은 민물 뿐만 아니라 바닷물에서도 침수 시 방수가 되는지를 테스트합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비가 올 때나 세차 시 '살수'를 막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방수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배터리뿐 아니라 배터리와 전자계통 부품을 잇는 '커넥터' 역시 철저하게 방수 설계돼 있습니다.
비오는 날 전기차 충전은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주의는 기울이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전기차는 물의 유입을 방지하는 충전 포트 설계와 다양한 충격 방지 기능으로 비가 오는 날 야외에서 충전해도 크게 위험은 없습니다. 다만 '캐노피(가림막)'가 없는 충전소의 경우 충전 건 내부로 물이 고일 수 있습니다. 커넥터에 물이 고인 채로 차량에 꽂으면 합선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충전기와 충전 인입부가 절연 재질로 만들어졌더라도 빗물이 흘러들어 가면 폭발이나 감전 위험을 100%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번개'에 맞으면 어떨까요. 기본적으로 전기차에는 과전류 대응을 위한 보호용 퓨즈가 겹겹이 장치돼 있어 번개가 차의 표면을 타고 노면으로 빠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다만 충전 중에 번개를 맞았다면 부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차량에 시동을 걸지 말고 곧바로 수리 받는 것을 권합니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전기차는 차량 내부로 물이 흘러들어가면 배터리와 차량 간 전력이 차단되도록 설계돼 있어 침수 시 감전 위험은 없다"며 "하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장마철에는 침수 예상지역을 피해 차량을 운행하고 고지대나 배수가 잘 되는 장소에 주차하는 것을 권한다"고 귀띔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