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부갈등의 원인은 남편이에요. 남편은 자신이 중간에서 중립을 지키는 게 좋다고 믿고 있어서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아질 수가 없어요."
'지구가 멸망해도 고부갈등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 고부갈등은 시대가 변해도 반복된다.
고부갈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부갈등 끝에 이혼했다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의 중립적인 태도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시어머니 앞에서는 시어머니 편을 들고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을 드는 게 현명하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한 아내는 "남편이 서로의 편을 들어주면 시어머니는 '내 아들은 나와 생각이 같은데 며느리 때문에 이렇다' 생각하게 돼서 더 상황이 악화된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고부갈등은 정말 해결하기 불가능한 난제일까. 이인철 변호사는 고부갈등 시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변호사는 "며느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면서 "남편은 어머니 편만 들지 말고 우선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들이 아내 편을 들어서 설령 어머니와 관계가 소원해진다고 모자 관계는 절대로 단절되지 않고 언제든지 다시 화해할 수 있다"면서 "반면 부부관계는 한번 파탄 나면 영원히 관계가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아직 결혼으로 인해 실제 고부갈등을 경험해보지 못한 2030 세대는 남편의 중재에 더 큰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대표 박수경)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고부갈등’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남녀 대다수는 결혼을 결정할 때, 배우자 부모의 성향이나 성격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배우자 부모의 성향이 결혼 결심하는 데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남성은 ‘약간 영향이 있다’(59.2%), ‘매우 영향이 있다’(24%), ‘별로 영향이 없다’(12.8%), ‘전혀 영향이 없다’(4%), 여성은 ‘매우 영향이 있다’(47.2%), ‘약간 영향이 있다’(46.4%), ‘별로 영향이 없다’(3.2%)와 ‘전혀 영향이 없다’(3.2%) 순으로 답해, 여성이 남성보다 배우자 부모님의 성향을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 후 고부갈등에 대한 대처로, 여성은 ‘남편에게 갈등 중재를 요청’(38.4%)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내 주장을 명확히 전달한다’(25.6%), ‘시댁과 가급적 만나지 않는다’(17.6%), ‘가급적 시어머니를 이해하고 양보한다’(8.4%) 순이었다.
여성은 고부갈등이 있을 때, 남편에게 원하는 태도로 ‘객관적인 상황 파악과 갈등 조율’(53.6%)을 꼽았다. ‘내 편을 든다’(22.8%), ‘내 앞에서는 내 편, 시어머니 앞에서는 시어머니 편을 든다’(16.8%),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다’(2.8%) 등의 의견도 이어졌다.
남성 또한 결혼 후 아내와 어머니 간에 고부갈등이 있을 경우, ‘객관적인 상황 파악과 갈등 조율’(44.8%)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 어머니 앞에서는 어머니 편을 든다’(29.2%), ‘배우자의 편을 든다’(13.2%) 순으로 대체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고자 했다.
이번 조사는 설문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지난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2030 미혼남녀 총 500명(남성 250명·여성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4.38%P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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