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레미콘 파업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22-07-07 18:04  

집단운송거부 단 이틀 만에 24.7% 인상(2년치 1만3700원) 합의. 지난 주말의 레미콘 운송료 협상 결과다. 현행 5만6000원인 1회당 운송료가 내년엔 6만9700원이 된다.

레미콘 제조회사 직원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장에서 자주 보는 레미콘 차주(레미콘 운반사업자)들이 자신들 임금인상분보다 3~4배 많은 운송료 인상분을 챙겨서다. 회사를 그만두고 일찌감치 레미콘차나 몰아야겠다는 자조와 한탄을 담은 목소리가 무성하다.

레미콘 제조사와 계약을 맺고 건설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실어나르는 차주들은 개인사업자다. 레미콘 차량 한 대에 1억5000만원, 수급조절제도(레미콘 차량 신규 등록 제한)로 인해 속칭 ‘영업용 번호판’을 사서 시장에 진입하는 데 5000만원은 들여야 한다. 번호판을 받기 위해 차주 상조회에 수천만원의 회비를 내야 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돈이 없고서는 시작할 수 없는 사업이다.
차주들 혜택에 월급쟁이 울분
하지만 이들은 영세사업자로 분류되며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린다. 2009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수급조절제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전국의 영업용 레미콘 차량은 2만2000대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신규 진입은 막혀 있고 경쟁은 제한되다 보니 제조사는 차주들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 2016년부터는 주 5일 운행, 2020년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행하는 ‘주 40시간 운반제’가 도입됐다. 유류비 100% 지급은 물론 먼 거리를 뛰면 유류비를 더 지급하는 인센티브까지 줘야 했다. 이런 혜택이 중첩된 결과, 레미콘 차주의 월소득은 전국 평균 650만원에 이른다. 정년도 없는 환상의 일자리다.

그런데도 이들 차주는 회당 운송료를 2년에 걸쳐 27%(1만5000원) 올려 달라며 운송을 거부했다. 제조사별로 노조 대표자에 대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조합원 연 100만원 명절 떡값(추석·설날 각각 50만원), 요소수 비용 100만원까지 요구했다. 이런 사항들을 ‘2022년도 임단협 요구안’이라며 들이밀었다. 어떨 땐 영세사업자라며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받아 챙기더니, 운송료 문제에선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근로자란 사실을 그렇게 강조한다. 현란한 둔갑술이다.
특고 과보호 문제 돌아봐야
운송 거부에 더 긴장한 쪽은 제조사들이었다. 8일간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미 한 차례 운송이 중단됐었고, 최근엔 장마로 레미콘 타설 일수가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협상력도 한참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차주들은 수도권운송연대란 이름으로 뭉치는데, 158개에 이르는 수도권 제조사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레미콘 차주들은 한 회사와 20년 이상 일해온 경우가 많고, 매일 출퇴근하는 전속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6년 대법원이 ‘레미콘 차주들은 근로자가 아니다’란 판결을 내렸지만, 아랑곳없다. 최근 특고의 근로자 성격을 널리 인정해주는 흐름에 편승해 전국 단위 노동조합까지 만들어 보려는 심산이다.

레미콘 업계엔 이런 말이 회자된다. 레미콘 차주들은 근로자라 하기엔 투자비가 많고, 영세사업자라 보기엔 수익성이 높고, 특고 치고는 과도하게 보호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누릴 것 다 누리는 최고의 개인사업자들을 왜 그렇게 보호하지 못해 안달일까. 수급조절제로 밥그릇을 챙겨준 이들까지 특고라며 보호막을 하나 더 쳐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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