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세 분기 연속 ‘최대 매출 행진’에 제동을 건 것은 인플레이션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와 곡물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에 불을 지피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었다. 코로나19가 절정을 지나면서 보복 소비에 따른 교체 수요가 바닥을 드러낸 점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반도체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실적 감소를 막아내면서 증권가에선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반기엔 경기 침체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삼성전자 제품 중에서 경기에 가장 민감한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실적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에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TV·가전제품과 스마트폰 구매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6000만 대 수준으로 1분기의 7300만 대보다 1000만 대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TV 출하량은 900만 대로 전 분기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TV·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6000억원 수준으로 1분기 8000억원에서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사업 부문에선 약 2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 분기보다 1조2000억~1조3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예상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유럽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2분기에 선방한 데는 환율 효과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26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 전 분기 대비 5% 상승했다. 올해 1분기 평균 환율(1205원)이 작년 4분기(1183원20전)보다 1.8% 올랐을 때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에서 환차익으로 3000억원을 거뒀다. 이를 고려하면 2분기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 효과는 83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가 하반기엔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0%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3∼8%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데서 전망치를 더 낮춘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에 내놓은 D램 신제품 DDR5가 전반적인 반도체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 전망치는 지난달 말 326조7000억원에서 320조4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3조5000억원에서 58조9000억원으로 낮아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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