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큰손’ 관광객을 잡기 위해 특급 호텔들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달에만 5성급 호텔 두 곳이 문을 여는 등 최근 2년 동안 특급 호텔이 4개나 들어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상륙하기 전까지 제주에 자리 잡은 특급 호텔이 4개(신라 롯데 해비치 신화월드)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여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업계에선 1년 전부터 연일 ‘만실(滿室)’이었던 특급 호텔 객실 점유율이 상당폭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싼 숙박비를 감안할 때 공급이 늘어난 만큼 수요가 뒤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해외여행 등 대체재가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JW메리어트그룹도 뒤이어 서귀포시 주상절리 앞에 198실 규모의 ‘JW 제주 리조트&스파’를 개장한다. 앞서 2020년 12월에는 롯데관광개발의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2021년 1월에는 신세계그룹의 ‘그랜드조선 제주’가 문을 열었다.
이들 호텔이 앞다퉈 제주로 눈을 돌린 건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세계적인 휴양지에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국인 수요가 탄탄한 데다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 관광객까지 더하면 방을 채우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봤다는 얘기다. 실제 그랬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는데도 작년 7월 이후 제주 특급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연일 100%에 육박했다. 신라와 롯데는 비수기 때 제일 작은 방 가격이 하루에 50만원이 넘는데도 꽉 찼다. 올해 1~6월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682만646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1% 늘었다. 역대 최고 수치다.
제주의 ‘여행 대체재’인 동남아와 일본 여행시장이 하나둘 열리는 것도 이들에겐 악재다. 반대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 수요도 늘겠지만,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중 관계가 변수다. 최근 실시한 한·미 특수부대 연합훈련 여파로 중국 내 ‘반한(反韓) 기류’가 다시 꿈틀대고 있어서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6명은 중국인이다.
업계에선 이런 점을 들어 제주 특급 호텔들이 내국인 마케팅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객실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JW 제주 리조트&스파는 해안절벽 위에 들어선 특징을 살려 ‘자연’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걸기로 했다. 반대로 도심에 있는 제주드림타워는 ‘호캉스족’을 잡기 위해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요가 △오후 1시까지 즐길 수 있는 조식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여름 대목 때 경쟁 업체에 밀리지 않기 위해 특급 호텔마다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해외여행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만큼 다들 내국인 관광객을 잡는 데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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