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MBN '헬로트로트'에서 시작됐다. 풋풋한 트로트 신예였던 가수 하동근은 무대에 올라 대선배 전영록의 눈시울을 적셨다. 당시 전영록은 하동근의 목소리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올랐다고 했다. 자신의 노래가 딱 2곡밖에 없는 '트롯 새싹'이 데뷔 50주년이 된 '가요계 전설'의 마음을 울리다니, 아주 발칙한 기특함이 느껴졌다.
서울 모처에서 한경닷컴과 만난 전영록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하동근을 바라봤다. "난 동근이를 죽을 때까지 만날 거다. 실력에 인성과 지성까지 다 갖췄다. 이런 친구를 알게 된 게 너무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영원한 오빠'라는 별칭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전영록은 변함없이 젊었다. 1991년생인 하동근에게도 엄한 선생님이 아닌, 친근한 선배로 다가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그는 하동근을 '애제자'로 삼으며 직접 작업한 곡을 선물하는가 하면, 자신의 연습실에서 레슨까지 감행하며 그야말로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
신예 가수일지라도, 그 안에서 보석 같은 재능을 발견해 칭찬해주는 멘토였다. '헬로트로트'에서 하동근에게 와일드카드를 썼던 전영록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음색이 정말 좋다. '어 얘 봐라?'라는 생각이 들어서 와일드카드를 썼다. 난 무조건 하동근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환하게 웃는 모습과 밝은 인사성도 무기다. 그 자체로 하동근이라는 사람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전영록은 '헬로트로트'에서 다정하고 따뜻한 매력을 지닌 멘토였다. 그의 팀은 여전히 메신저 단체방에서 소소한 근황을 전하며 돈독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전영록은 방송 출연 당시를 떠올리며 "트로트 장르에 더해 멀티로 잘하는 친구들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프로다. 애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알려주는 것일 뿐이다. 자기들이 알아서 잘하는 거다. 동근이도 가수로서는 이미 다 갖춰져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헬로트로트' 출연은 '가수 전영록'의 인생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영록은 "쓰는 노래마다 히트곡이 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뒤로 25년간 곡을 안 썼다. 그냥 조금씩 작업만 해뒀었는데, '헬로트로트' 친구들을 만나고 창작의 욕구가 확 불타올랐다"면서 "나도 배우게 된 거다. 얻은 게 많다. 애들이 나를 공부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하동근에게도 전영록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하동근은 "실제로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생각을 해봤는데, 너무 좋은 분이고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신 분이라 트로트계, 음악계의 아버지 같은 존재다"고 답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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