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이준석 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집권 초기 여당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이번 윤리위의 처분에 불복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8일 오전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 생각 없다"며 "수사 절차가 시작도 되기 전에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준다는 것은 윤리위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리위 결정이 나온 지 약 6시간 만에 불복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 당규 제23조 2항을 언급하면서 "윤리위 규정을 보면 윤리위 징계 결과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게 당대표에게 있다"며 "(징계를)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는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모든 조치를 하겠다"면서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윤리위의 징계 의결 처분은 당대표가 행하게 돼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공격의 주체로 지목했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를 비롯해 윤 대통령도 한목소리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도 국민의힘 당원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지만,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의 입장에서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윤리위 당규를 언급하며 징계 처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선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권한이 정지되는 것일 뿐, 사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 사이에서는 강도 높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끈 당 대표를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징계한 것은 부당하고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은 극렬 유튜버의 농간에 발맞춘 윤리위"라고 적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본다"며 "반란군은 토벌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리위의 이번 결정을 '정치적 개입'이라고 규정한 김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사유가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인데, 그 근거가 '당대표의 소명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윤리위 한 마디였다"며 "인터넷 방송의 의혹은 믿고 당대표의 말은 못 믿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1호 혁신위원'인 천하람 변호사는 정당사에 있어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싶다"며 "이건 느낌적인 느낌 아닌가.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대해 의원들 각자의 입장 있겠지만, 과도한 해석과 거친 표현을 자제해주길 바란다"며 "지금은 말 한마디가 당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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