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하나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7월 6일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총 163억2392만달러(약 21조2374억원)의 자금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9월~2009년 2월 당시(74억2586만달러)보다 순매도 규모가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시아 주요국 11개국 가운데 올 들어 외국인 순매도 행렬이 가장 거셌던 국가는 대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 총 348억5621만달러(약 45조365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진행된 한국과 달리 대만은 반도체 실적 추이가 나빠지고, 달러 가치가 폭등하기 시작한 올해부터 급격하게 매도세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인도(288억2948만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 19일 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870만달러)의 1800배에 달한다.
증시를 끌어내린 외국인 매도세는 짙어지는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일 장중 1311원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103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수출 둔화세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진입을 꺼리는 요인이다. 수출 둔화는 국내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도 외국인은 각각 7억9148만달러, 8637만달러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세가 유입된 국가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5억7276만달러)이다. 통화 완화 기조가 외국인 유입세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풍부한 원자재 자원을 거느리고 있는 말레이시아(14억4280만달러), 태국(33억5986만달러), 인도네시아(41억3119만달러) 등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올 들어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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