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닭고기도 '관세 0%'…6개 생필품 가격 낮춰 '밥상물가' 잡는다

입력 2022-07-08 17:32   수정 2022-07-09 01:20

정부가 소고기·닭고기·분유 등 6개 생필품에 대한 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내리기로 했다. 감자, 마늘, 고등어, 갈치 등 식탁 위에 오르는 주요 식자재는 정부 비축 물량을 시장에 조기 방출한다. 고(高)물가로 서민층이 직격탄을 맞자 ‘밥상물가’ 잡기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바로 서민과 취약계층”이라며 “정부는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고기 등 6개 품목에 ‘무관세’
정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에 6%대로 치솟자 기존 두 차례의 물가대책에 이어 추가 물가대책을 낸 것이다. 이번 대책은 취약계층 지원, 식료품 부담 경감, 생계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고 총 8000억원 규모다.

핵심은 소고기, 닭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6개 품목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다. 신규 할당관세 품목 중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쓴 건 국내 소비량의 65%를 수입에 의존하는 소고기다. 소고기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호주산 소고기 관세율은 각각 10.6%, 16.0%에 달한다. 할당관세 적용 물량은 10만t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소고기 소매가격이 5~8%가량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닭고기 8만2500t(연간 수입량의 절반 수준)도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수입 닭고기의 94% 정도가 20~30%의 관세가 부과되는 브라질과 태국에서 들어오고 있어 이번 할당관세 인하 효과가 클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22일부터 5만t에 대해 0% 할당관세가 적용 중인 돼지고기는 수요가 많은 삼겹살에 한해 할당 물량을 2만t 늘렸다.

176%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부과됐던 분유류(전지·탈지)에 대해서도 1만t에 대해 관세율을 0%로 낮추기로 했다. 커피 원두는 생두(2%)와 볶은 원두(8%) 수입 전량에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한우協 등 농민단체 설득은 ‘숙제’
할당관세 외에 정부는 감자, 마늘, 양파 등 최근 가격이 급등한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비축 물량을 조기 방출하기로 했다. 명태,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 수요가 많은 대중성 어종은 가격 변동 상황에 따라 비축 물량을 상시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규모도 500억원 추가로 늘린다. 1인당 1만원 한도로 최대 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당초 7월 말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던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판매부과금 30%(L당 12원) 감면 혜택을 12월 말까지 연장하고, 어민들이 사용하는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액도 확대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10월부터 17만2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기저귀·분유·생리대 등 생필품 지원 단가를 올리는 등 사회적 배려 대상의 복지 지원도 강화했다.

서민층과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지만 수입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농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한우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한우농가들의 줄폐업이 이어질 것”이라며 “전국 9만 개 한우농가 모두 생업을 포기하고 생존권 쟁취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란 성명을 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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