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9개월 최장수 총리…우경화 주도, 韓日관계 냉각시켜

입력 2022-07-08 17:34   수정 2022-07-18 16:14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다. 두 번의 임기를 거치며 총 8년9개월간 집권했다.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면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관방부(副)장관이었던 그는 강경파 대표였고, 당시 일본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는 ‘납치(해결)의 아베’로 불리며 52세의 나이에 최연소 총리가 됐다. 1기 때 1년 만에 조기 퇴진했으나 2012년 재집권해 의회를 장악했다.

아베 전 총리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로 20년간 침체됐던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체질 개선이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개정은 그에게 일생의 과업이었다. 일본이 방어뿐 아니라 공격 능력을 갖춘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그의 주장은 자민당의 이번 참의원 선거 공약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는 2020년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며 ‘상왕’으로 군림했다.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 모두 아베 내각의 핵심 인물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우익의 구심점이었다. 그는 한국과 과거사 및 독도 영유권 문제로 사사건건 대립했다. 정치적 뿌리가 강경파이던 그가 반한 정서를 이용해 지지층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2기 내각 초기인 2013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도 갈등을 빚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으나 이후 문재인 정부가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며 보류했다. 이후 아베 전 총리는 위안부와 징용 노동자를 강제연행했던 증거가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실리외교를 주창하면서도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관계에서 반세기 이상 지속돼온 ‘정경분리’ 원칙을 깨뜨렸다.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했다. 일본 내에서도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온 조치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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