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너마저"…인플레·경기침체에 장사 없나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입력 2022-07-10 08:31   수정 2022-07-10 17:17


인플레이션발(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급락장 속에서 마지막까지 버티던 2차전지 소재주들마저 무너졌습니다. 강한 성장 가능성이 물가 상승 따위는 가볍게 이겨낼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증권가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다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로 성장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급락장에도 버텼지만…결국 6월 하순부터 무너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에코프로비엠은 11만8900원에, 엘앤에프는 21만4200원에 각각 마감됐습니다. 작년 종가와 비교하면 각각 3.91%, 3.69% 하락한 수준이죠. 두 회사가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코스닥 지수의 낙폭 25.87%보다는 양호한 수익률입니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코스닥지수는 16.56% 내렸고,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의 낙폭은 각각 10.35%와 19.14%입니다. 그나마 무상증자 권리락에 따른 착시로 급등락하며 주가를 방어한 에코프로비엠은 선방했군요.

두 종목을 포함해 2차전지 밸류체인에 포함된 주요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는 KRX 2차전지 K-뉴딜지수 역시 비슷한 모습입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12.28% 하락했습니다. 월간 낙폭만 놓고 보면 코스피지수의 13.15%와 비슷합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초부터 꾸준히 하락해왔습니다. 월초에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웃돈 데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도 강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각각 증시를 짓눌렀죠.

반면 2차전지 섹터의 하락은 지난달 하순에 집중됐습니다. 한 달에 걸친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2차전지 섹터에서는 지난달 22일 이후에나 나타난 겁니다.
투자계획·실적 함께 망가뜨린 인플레이션
2차전지 섹터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지난달 29일 전해진 건 마지막 한 방이었습니다. 이날부터 이달 4일까지 4거래일동안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12.99%가 하락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많이 채용하는 원통형전지를 연간 11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생산하는 공장을 애리조나에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초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던 투자 규모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조3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나면서 재검토를 하게 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뿐 아니라 현재 실적의 발목도 잡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06억원, 영업이익 1956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습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6.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4% 줄었죠. 영업이익은 잠정실적 발표 전의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 2384억원보다 17.95% 적은 수준입니다.

실적이 부진했던 배경은 금속 가격 급등입니다. 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455.5위안으로, 1년 전의 80위안 대비 5배 이상으로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니켈 가격은 21.25%가, 코발트 가격은 18.88%가, 망간 가격은 5.05%가 각각 올랐습니다. 니켈, 코발트, 망간은 한국 기업들이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를 구성하는 금속들입니다. 흔히 NCM배터리라고 부르죠.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잠정실적에 대해 “투입 원재료의 부정적 래깅효과로 자동차용 전지 및 정보기술(IT) 제품용 전지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래깅효과란 원재료 구입 시점과 판매 시점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의 왜곡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단가 50원짜리 원재료를 사와 가공한 제품을 100원에 파는 기업이 있다고 칩시다. 갑자기 원재료 가격이 100원으로 오릅니다. 하지만 제품 가격을 곧장 올릴 수 없는 기업이 제품을 그대로 100원에 팔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걸 부정적 래깅효과라고 합니다.
"성장 계속된다"…'어닝쇼크' 직후에도 상승한 LG엔솔
원재료 가격이 100원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해당 기업도 이 부담을 떠안을 수 없으니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할 겁니다. 가격을 올린 뒤에도 제품이 잘 팔린다면 해당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죠. 2차전지 산업에 대해 증권가가 긍정적 전망을 하는 배경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8일에 주가가 3.88% 상승했습니다. 2분기에는 부진했지만, 앞으로 수익성도 회복되고 성장도 이어질 것으로 시장은 본 겁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에 외형을 키우면서 수익성까지 개선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소형 전지 부문의 경우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가동 재개로 가파른 매출 증가가 전망된다”며 “중대형 전지 부문의 경우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예정된 유럽 전기차 고객사들의 신차 출시에 대응하기 위한 배터리 출하가 증가해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3분기부터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공장에서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성장에 대한 근거는 전기차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입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판매된 차량 중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의 비중을 10%로 집계했습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0.7%포인트(p) 축소됐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동차 공급망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 유럽 지역의 부진 때문이었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직전 분기 대비 전기차 판매량 증가폭은 각각 143%와 63%에 달했습니다.
경기 후퇴 따른 성장 속도 둔화 가능성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의 속도는 당초 기대보다는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구매력 감소와 이전보다 비싸진 전기차·2차전지 가격을 반영한다”며 2025년 순수전기차 1대당 탑재되는 2차전지 용량에 대한 가정을 기존 65KWh에서 60KWh로, 2025년까지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량의 연평균 증가율을 기존 47%에서 44%로 각각 낮춰 잡았습니다.

실제 경기 침체의 조짐은 2차전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금속 가격에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올해 1분기 급등했던 가격이 진정되면서입니다. 올해 2분기 동안 리튬 가격은 3%가, 니켈은 26%가, 코발트는 14%가, 망간은 11%가 각각 하락했습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속 가격 하락이 3분기 들어서도 이어진다면 금속가격이 판매 가격에 연동되는 소재 업체들의 경우 분기 평균 계산으로도 판가 하락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지난 1분기에 보여줬던 수익성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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