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에 따른 통화긴축에 대한 공포가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번져 무섭게 하락하던 코스피가 반등했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데다, 경기 둔화가 침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 덕이다.
이번주(11~15일)부터 본격화되는 2분기 실적시즌을 통해 시장은 경기 둔화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하며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또 오는 14일 한국증시에 반영될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주(4~8일) 한 주 동안 코스피는 1.96% 상승한 2350.61에 거래를 마쳤다.
주 중반까지는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한 게 시장의 시선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서 경기 침체로 옮겼다.
이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 수혜 기대감에 급락장 속에서도 선방하던 정유·조선·신재생에너지 섹터가 무너졌다.
반등의 계기는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4조원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소폭 밑돌았지만,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낮춘 증권사의 전망치보다는 양호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환호했다.
같은날 장마감 후 발표된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컨센서스를 17.95% 밑돈 ‘어닝 쇼크’ 수준이었지만,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이 회사의 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에 더해 최근 강한 매파(통화 긴축 정책 선호론자) 행보를 보여온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한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완화시켰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5만명 증가)를 크게 웃돈 37만2000명 증가로 나오면서 불러드 총재의 자신감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예상치를 웃돈 고용지표는 또 다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긴축에 대한 우려를 자극해 고용지표가 발표된 당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46.40포인트(0.15%) 내린 31,338.15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24포인트(0.08%) 떨어진 3,899.3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96포인트(0.12%) 오른 11,635.3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환기된 반대급부로 시장금리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이 증가했다”며 “단기적으로 증시의 반응은 상방이 제한된 금리에 환호했지만, 2분기 실적의 이익 감소 가능성도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주부터 2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최종적인 2분기 실적 전망치들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대게 기존 전망치보다 후퇴한 숫자가 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이 진행되고 있는데,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흐름은)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서 나타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려보다는 나은 실적을 내놓으면서 반등세가 이어지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의 예상 밴드로 2260~2400을 제시했다.
서정훈 연구원의 시각은 좀 더 보수적이다. 그는 “경기 침체에 통화 긴축이 병행되는 국면인 만큼, 반등의 폭은 제한될 확률이 높다”며 “실적 기반이 취약한 성장주의 경우 단기 반등 이후 추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하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포트폴리오의 목표 수익을 낮게 설정한 가운데, 초과 수익(알파)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관련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3일 밤에 발표될 미국의 6월 CPI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결과다.
안경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6월 CPI 예상치는 전년 대비 8.7% 상승으로, 이미 물가 피크아웃(정점)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낮은 상태”라며 “예상치를 크게 웃돌지 않으면 주식 시장의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대해서는 “유가 공급 부족(쇼티지) 우려를 완화시킬지가 주목된다”며 “외교 성과가 클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성공적이면 코스피 지수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존재하고 있어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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