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는 '백신 강요 금지', 지방선 의무화…中 방역 '혼선'

입력 2022-07-10 02:27   수정 2022-08-07 00:01


중국 중앙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요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음에도 백신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고 관영매체가 9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건강시보는 베이징시가 11일부터 백신을 접종해야 공공장소, 군중 밀집 시설 출입할 수 있으며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시설도 접종자에게 예약 우선권을 주는 방역 정책을 시행한다고 소개했다. 그간 72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만 받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지만 이제 백신 접종도 해야 하는 셈이다.

교육기관,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미술관, 문화관은 물론 체육관, 헬스클럽, 공연장, PC방, 노인대학, 노인 여가시설 등에 출입할 때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베이징시는 지난 7일 이 조치를 발표했다가 반발 여론이 거세자 "백신 접종은 자율 원칙에 따른다는 것이 국무원 지침"이라며 "72시간 내 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시하면 된다"고 한 발 후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베이징 시민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외국에서 중국이 인정하지 않는 백신을 맞고 입국한 사람은 부작용 우려에도 또 중국산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등 다양한 의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관영매체가 백신을 의무화했다고 보도한 것에 비춰보면 베이징시의 여론을 무마하려는 발언과 관계없이 백신을 강제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보건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기 어려운 이유로 60세 이상 노년층의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당국도 노인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코로나19 감염 시 위험도가 높은 초고령층이 부작용 우려 등으로 더욱 백신을 기피하고 있다. 베이징 등 대도시의 노년층 백신 접종률이 특히 낮다는 지적이 반복되자 이런 강제적인 정책을 동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강시보는 톈진시의 허시구 등 여러 구(區)가 이미 5월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공공시설, 군중 밀집 시설 출입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체육시설은 물론 의료기관, 약국, 양로원, 호텔, 은행, 농산물시장 등 어지간한 곳은 백신을 접종해야만 다닐 수 있어 현지 주민은 백신 접종 의무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푸젠성 취안시 등 여러 도시도 5월 말부터 PCR 검사 음성 증명서와 함께 백신 접종 확인서를 공공시설, 군중 밀집 시설 출입 요건으로 제시했다. 이 중 진장시는 초·중학생과 유치원생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진장시 질병통제센터 관계자는 건강시보에 "백신 미접종자는 공공시설을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방역 방안(제9판)'에서 "백신 접종은 각자의 사정, 동의, 자율 원칙에 따른다"며 "이동 통제 수단으로 삼아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작년 9월 "일부 지방에서 백신 미접종자의 공공시설 이용을 통제하는 것은 백신 접종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한 상하이의 공무원 10여 명이 지난달 징계를 받는 등 방역과 관련해 문책당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지방정부 관리들은 중앙의 지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로 코로나' 실현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백신 접종 의무화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정책에 중앙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비슷한 정책이 중국 전역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한 통제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는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는 정책을 최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시설격리 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줄인 게 대표적이다. 성·시간 이동 여부를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 '싱정카'에서 중·고위험지역이 있는 성·시에 달던 별(*)표를 일괄 삭제하기도 했다. 성·시 경계를 이동하는 사람에게 *표가 붙어있으면 그가 중·고위험지역 출신이든 아니든 무조건 이동을 막거나 시설에 격리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표를 없애 이런 과도한 통제를 없애려는 게 중앙정부의 시도다.

이런 시도에도 다수 지방정부는 예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 등 상당수 지역이 여전히 해외입국자에게 2주간 시설격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표가 없어졌다 해도 다른 지방에서 온 여행객의 행정구에 중·고위험지역이 있으면 무조건 출입을 통제하는 지방도 많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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