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입시업체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자율형사립고 28개교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다수 배출한 상위 일반고 24개교 등 총 52개 고교의 3학년 문·이과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564개 학급의 68.6%인 387개 학급이 이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과반은 31.4%인 177개 학급에 불과했다. 8년 전 이들 52개교의 문·이과 비율은 이과반 53.7%, 문과반 46.3%였다.
지난해 14년 만의 약대 학부전환, 의대 정원 확대, 4차산업 관련 학과 신설 등의 영향으로 자연계 학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이과 인원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이과 수험생들이 수학 점수 우위를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 문과 전공으로 교차 지원해 문과 수험생을 밀어내고 합격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자 이과로 변경하는 문과 학생도 늘고 있다.
지난달 9일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도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고득점에 유리한 선택과목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미적분 선택 비율은 지난해 6월 모의평가 37.1%, 9월 모의평가 39.3%, 수능 39.7%에서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선 42.8%까지 늘었다. 국어 영역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도 같은 기간 27.8%→29.9%→30%→35.9%로 증가 추세다. 중상위권 학생들의 이 같은 선택 과목 쏠림 현상은 올해 수능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입시업계는 수학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을 기하 147점, 미적분 146점, 확률과통계 142점으로 추정했다. 문과 학생들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의 표준점수가 가장 낮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성적 상위 학생들이 미적분·기하에 몰렸으며 본수능에서도 이런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택과목 간 점수 차는 통합 수능 2년차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난해 대입에서 ‘문과침공’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등 확률과통계 응시자가 불리한 현상이 두드러지자 인문계열 수험생 중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고려해 미적분에 응시한 수험생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수능에서는 수학 응시자 중 확률과통계 응시 비율이 50%를 밑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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