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에 당권까지 장악…'1인2역' 권성동, 여권 최고 실세로

입력 2022-07-10 17:28   수정 2022-07-11 01:0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가 지난 8일부터 당 대표를 겸하며 명실상부한 여권 최고 실력자로 떠올랐다.

당 윤리위원회 결정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권이 6개월간 정지되면서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4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3위에 그쳐 낙선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권 원내대표의 비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따라 2024년 총선, 나아가 당내 차기 대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 빠른 당권 장악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로 우려됐던 리더십 혼란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고 있다. 윤리위 결정 5시간 만에 열린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표 직무대행을 선언한 데 이어, 오후에 최고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당 대표로서 권한을 행사했다. 11일에도 최고위 회의와 의원총회를 주재하며 당 대표 및 원내대표로서 권위를 재차 확인할 전망이다.

선거 패배 등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당 대표의 빈자리를 원내대표가 대신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드물지 않다. 다만 그 기간은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구성되기까지 길어야 1~2주에 그친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겸임은 6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에 반발하는 가운데 권 원내대표는 당내 리더십 공백 문제를 수습할 유일한 인물로 꼽힌다. 대표적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면서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 이 대표와도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장제원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의원모임 ‘민들레’를 조직하려 할 때도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함께 관련 움직임을 비판했다. 친윤계인 배현진 의원과 이 대표가 최고위에서 갈등을 빚을 때도 권 원내대표는 중재에 힘썼다.

당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친윤의 입장도 일정 부분 대변하면서 이 대표와 척을 지지 않은 특수한 위치에 있다”며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8일 (이 대표의) 직무정지를 못 박았다면 이 대표가 지금처럼 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6개월 이어갈 수 있을까
당 대표 대행 체제가 실제로 6개월에 걸쳐 이어지게 되면 권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6개월간 당내 영향력과 외부 인지도를 높인 뒤 ‘내년 초 대표권 이양→4월 원내대표 임기 만료→6월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출마’ 등의 수순을 밟아갈 수 있다.

권 원내대표는 당장 지난달 공모가 이뤄진 48개 선거구의 조직위원장을 당 대표 대행 자격으로 정하게 된다. 전국 253개 선거구의 19%에 이르는 조직위원장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내년 6월 전당대회에서 조직력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가지며 의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천 과정에서 어떤 성향의 인물을 많이 공천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 주자의 명암이 갈릴 수 있다.

물론 다른 당권 주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권 초 여당 리더십 조기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권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 의도 역시 깔려 있다.

주요 주자는 이미 본격적인 세력 규합에 나섰다. 친윤과의 전략적 연대설로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12일 첫 번째 토론 모임을 연다. 13일에는 직전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의 ‘혁신24 새로운 미래’가 모임을 연다. 혁신24는 오는 20일에도 모임을 예고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와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장제원 의원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일 지역에서 1100여 명이 참석한 산악회 모임을 열어 세를 과시했다.

다만 이 대표가 자진해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으면 조기 전당대회 등 다른 선택지는 사라진다.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적인 안 의원 및 장 의원에게 유리한 길을 열어줄 가능성은 낮다.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밝혀지지 않는 한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직 겸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노경목/이동훈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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