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후보자는 10일 공정위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큰 공직을 맡아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교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송 후보자는 지난 4일 공정위원장 후보에 지명됐다. 그러나 2014년 제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외모 품평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동안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검사 출신인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상엽 울산지검 인권보호관, 판사 출신인 김은미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장승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 등 10여 명의 후보가 거론됐다. 이 중 다수는 논문 표절 논란 등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탈락했다. 일부 후보는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불이익을 봤다. 정부 요직을 독식한 검사 출신이 공정위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평가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송 후보자까지 낙마하면서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송 후보자는 최초 법조인 출신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검사 출신은 아니다. 송 후보자는 제12판까지 출간된 《상법강의》 저자로, 상법 부문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경쟁법 분야에서도 ‘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규제의 법정책적 이해’ 등 다수 논문을 작성해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4일 지명 당일부터 성희롱 발언 전력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학생 100여 명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취한 채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 “이효리 어디 갔다 왔느냐, 너 없어서 짠(건배) 못했잖아” 등의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송 후보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너무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고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지난 8일 국회에 인사청문회 준비 자료를 제출하면서 성희롱 논란을 ‘정면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후보자가) 지금 상황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새로운 의혹이 있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경제 상황에서 민생 경제를 위해 챙겨야 할 현안이 많다”며 “더는 (금융위원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당국 관료, 금융연구소장, 금융협회장을 두루 거친 금융정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되는 네 번째 사례기도 하다.
이지훈/김인엽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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