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변신하고 있다. 화두는 ‘장벽 허물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문화계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평소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OO전’을 미술관이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무대로 삼고 있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여가를 잘 보내는 문제는 전 세대의 고민거리”라며 “시민들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진정한 여가’를 찾는 걸 돕기 위해 이번 기획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독일 작가 다니엘 리히터의 아시아 첫 개인전 ‘나의 미치광이 이웃’을 열고 있는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도 ‘미술관 요가 클래스’를 전시 기간 운영한다. 9월 28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요가 강사 황아영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 전시에서 취미 여가 플랫폼 ‘프립’과 단발성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관람객 반응이 좋자 정규 프로그램으로 도입했다. 스페이스K관계자는 “세계적 작가의 작품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요가 수련을 하다 보니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과 화면해설은 전시장 입구와 개별 작품 앞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개인 휴대폰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점자자료도 이용할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모두 함께 미술을 즐기는 ‘무장애(barrier free)’ 전시 감상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며 “국민 누구도 문화예술에 소외되지 않는 다채로운 문화 나눔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는 휠체어로 전시장을 어디든 이동할 수 있도록 무장애 동선을 만들었다. 포도뮤지엄 관계자는 “다양성을 테마로 하는 전시 취지에 맞게 장애인도 편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종이 브로슈어 대신 디지털 가이드로 전시 해설과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모바일 티켓으로 종이 사용을 줄이고 있다. 리움은 지난달 20여 개 문화예술기관을 대상으로 실무자 ESG포럼도 열었다. 문화예술기관들과 함께 탄소배출량 정보와 관리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둔 건 2020년부터다. 세계 주요 갤러리는 ‘갤러리 기후연합(GCC)’을 결성해 작품 운송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술관들끼리 작품 운송 때 화물 운송 거리를 최소화하고 작품 이동 동선을 미리 공유해 지역이 겹치면 한 번에 운송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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