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 '찬바람'…수억원 웃돈 사라지고 미계약 속출

입력 2022-07-11 17:32   수정 2022-07-19 15:40

최근 10년 장기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아파트에 미계약이 발생하는 등 임대주택 분양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몰리며 수억원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던 작년과 다른 모습이다.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면서 임대 후 분양받을 때 적용되는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시 ‘리듬시티 우미린’(투시도)은 지난 8일까지 계약을 진행했지만, 일부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767가구 모집에 4만1000여 명이 몰려 53.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남 광양시 성황동에 지난 1월 공급된 ‘더샵프리모 성황’도 아직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당시 평균 경쟁률이 117 대 1에 달했다.

프리미엄이 없는 무(無)피나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마이너스피(마피)에 임차권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작년 12월 경쟁률 240 대 1을 기록한 대구 북구 칠성동 ‘호반써밋 하이브파크’는 현재 임대 분양가에 임차권이 나와 있다. 올초까지 500만원이 붙어 계약됐던 곳이다. 충북 충주시 주덕읍 ‘서충주 삼일 파라뷰 2차 그랜드시티’ 임차권은 임대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 낮다. 현지 중개업소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면서 최종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당첨자들이 임차권을 처리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억원의 웃돈이 붙는 등 인기를 끌었다. 분양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임차인을 모집한 ‘신광교 제일풍경채’ 임차권에는 프리미엄만 약 5억원이 붙었다. 같은 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 2차’에는 5000만~6000만원, 경기 안성시 당왕동 ‘안성 금호어울림 더프라임’은 5000만원이 붙어 있다.

장기 민간임대아파트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 달리 주택이 있어도 청약할 수 있고 임차권을 전매할 수 있다. 분양가를 조기에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10년 임대의무기간 종료 후 분양전환 우선권을 부여하는 곳도 있다. 소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양도소득세 부담도 없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받는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 폭이 커지고, 집값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임대아파트에 수요 거품이 사라져 무주택 실수요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그동안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자가 뛰어들면서 민간임대아파트가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도 “서울 분양시장에 미분양이 나오는 것처럼 민간임대아파트도 입지 여건, 임대분양가 등에 따라 단지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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