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인 박건영 사장을 도와 브레인을 ‘펀드 명가’로 키운 그는 얼마 전부터 서울 대학로로 출근하고 있다. 새 직장은 국내 뮤지컬 공연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플랫폼 기업인 메타씨어터다.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뮤지컬 한류’를 함께 만들어 보자”는 신정화 신스웨이브 대표의 제안을 받고 전직을 결심했다. 최 대표는 메타씨어터를 창업한 신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는다. 신 대표는 자회사인 신스웨이브(공연 제작) 대표이기도 하다.
11일 만난 최 대표는 “K팝과 K드라마, K영화를 이을 다음 주자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다”며 “신 대표가 한국 창작 뮤지컬로 일본 등지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공간적 제약과 언어의 한계를 고려할 때 뮤지컬 수출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 번 터지면 K팝 못지않게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서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메타씨어터는 공연가에서 꽤 알아주는 플랫폼이다. 7대의 카메라로 뮤지컬 공연을 찍은 뒤 온라인으로 영상을 내보낸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무대뿐 아니라 관객들의 박수까지 담는다. 154개국에 있는 회원들을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6개 언어로 자막을 내보낸다. 이렇게 뮤지컬 공연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플랫폼은 메타씨어터가 세계 최초다.
사업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NHN링크, CJ CGV, LG유플러스 등으로부터 9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최 대표는 “연간 4000억원에 불과한 국내 뮤지컬 시장을 키우려면 해외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메타씨어터는 국내 뮤지컬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이직 소식을 접한 금융투자업계 사람들 사이에선 “드디어 결심했구나”란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박건영 사장은 “여의도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치고 최 대표의 문화예술 사랑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며 “공연업계에서 일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언제든 돌아오라’며 사표를 수리했다”고 했다.
학창 시절 밴드부에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른 최 대표는 클래식부터 뮤지컬, 헤비메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듣는 애호가다. 자택 인근에 마련한 개인 음악감상실의 벽면은 3000장에 달하는 LP로 둘러싸여 있다. 박서보 화백이 주목받기 전에 작품을 사는 등 그림 보는 눈도 남다르다. 최 대표는 “좋아하는 음악과 그림에 파묻혀 살고 싶어 한때 신문사 문화부 기자를 꿈꾸기도 했다”며 “먼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운명처럼 공연업계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메타씨어터를 ‘더 강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동영상을 단순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처럼 직접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작가와 작곡가를 발굴해 자체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창작 뮤지컬을 제작한 뒤 전 세계에 뿌린다는 구상이다. 최 대표는 “‘오징어 게임’처럼 전 세계에서 통하는 히트 작품을 뮤지컬에서 내놓는 게 목표”라며 “K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