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내려받고 3D 프린팅…5분이면 사제총 뚝딱

입력 2022-07-11 17:27   수정 2022-07-19 15:37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67)가 사제 총기 테러로 사망하자 국내에서도 불법 총기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범인은 인터넷에서 부품을 구매한 뒤 약 40㎝ 길이 목제 판에 2개의 금속 원통을 테이프로 묶어 고정한 산탄총을 만들어 범행을 저질렀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제조법을 검색해 총기를 제작하거나 해외에서 불법으로 총기를 수입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기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나온 5분 길이의 한 총기 DIY(do it yourself) 영상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쇠파이프, 쇠막대 2개, 나사, 불꽃놀이 폭죽 화약 등을 이용한 일종의 산탄총 제작 방법을 보여줬다. 인터넷에는 심지어 자전거 바퀴 부품으로 탄약 만드는 방법까지 나온다. 총기부터 탄약까지 100% 수제 제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총기와 탄약은 용접기와 절삭 공구 등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만드는 수준으로, 근거리에선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

3차원(3D) 프린터를 사용해 플라스틱 ‘유령총(고스트건)’을 제작하는 영상도 있다. 고스트건은 총기 번호가 없는 데다 금속탐지기로 탐지할 수 없어 사법당국의 추적이 어렵다. 3D 프린터만 사용할 수 있다면 총기 도면은 온라인에서 내려받아 1회용 총기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총기 부품을 수입한 뒤 조립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총기를 제작해 사고판 일당 7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 총기 사이트에서 부품을 주문하고 자동차나 장난감 부품으로 허위 신고해 통관 절차를 거쳤다. 이후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해 부품을 결합하고 총기를 제작해 정당 약 300만원에 판매했다.

사제 폭탄 제조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휴대용 가스통, 성냥개비, 폭죽 등 시중에 판매하는 물품만으로 폭발물을 만드는 동영상이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져 있다. 지난 4월 부산에선 사제폭탄을 만들어 원격조종해 폭발시킨 4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경찰은 5월 불법무기 집중 단속기간에 2044건의 게시물을 삭제 및 차단했지만 완전 적발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정보가 대부분 해외 사이트에 올라와 있어 단속이 힘들다”며 “상시 모니터링해 불법 총기 제조 관련 게시물을 확인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3D 프린터 설계도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 범죄 위험이 높아졌다”며 “국내 구매나 해외 직구로 부품을 따로 사서 총기나 폭탄을 조립해 범행하는 사례가 많아지는데 현행법으로는 통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한 달간 특별 단속을 벌여 총포·화약류 제조 방법 등의 정보를 차단하기로 했다. 시·도 경찰청 산하 사이버수사요원과 전국 경찰서 총포담당 경찰관, 일선 수사부서 소속 사이버명예경찰관인 누리캅스 등 1000여 명을 투입해 불법 총기 사범을 단속한다. 해외 IP와 사이트 모니터링도 강화해 관련 내용을 발견하면 즉시 삭제하고 차단할 방침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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