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3일 12: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 위기를 겨우 극복했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최근 수 십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마주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시중금리는 이미 크게 상승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실물경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주가지수는 최근 몇개월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7월 8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고점대비 29%, 코스닥은 고점대비 28% 하락하여 하락폭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투자하는 나스닥도 하락율이 28%에 달하는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이 요즘 매우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예 주식투자를 포기한 것인지, 사상 최고를 달성했던 고객예탁금이 올해 1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도 올해 6월 약 4조 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지금과 같은 장에서는 어떠한 말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참고가 되는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오늘은 PEF들의 투자 방식을 상장주식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접근법과 비교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상장주식 투자의 세계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주로 다음 1~2개 분기, 길게는 향후 12개월 동안의 실적 추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데스크탑 리서치, 기업 탐방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 및 다른 시장참여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다음 1~2개 분기 실적이 의미있게 더 높을 기업을 찾아서 매수하고,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매도한다. 또한 수급, 테마, 센티먼트, 주요 거시경제 지표 등 회사의 실적 이외에도 단기 주가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들을 최대한 고려해서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고 현금비중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조절해 나간다. 상장시장에서 활동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매년, 매분기, 매달, 매주, 어떤 경우에는 매일매일 투자한 종목들의 주가에 따라 벤치마크와 비교하여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거나 환매가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은 운용 방식을 취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매매를 통해 실현되지 않았어도, 매 시점의 평가 손익 자체가 중요하다. 요즘과 같이 주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지수가 대체로 하락하는 약세장이 괴로운 주요 이유다.
반면, PEF에서는 평균 3~7년 정도의 기간을 보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투자 대상 기업이 상장기업이든 비상장기업이든 큰 차이는 없다. 투자기간 중에 통상 분기 단위로 가치평가를 하긴 하지만, 대부분 폐쇄형 펀드이기 때문에 중도 환매는 불가능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은 투자기간 중에 평가액이 어떻게 변동했던지와 무관하게 최종 회수시 얼마를 회수했느냐, 얼마의 수익률을 창출했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된다. 3년에서 7년이면 경기 싸이클이 한번 정도는 순환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다. 그리고 투자 회수 시점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고 만기 이전에 적절한 시점을 선택해서 투자 회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장주식 투자의 세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 다음 1~2분기 실적, 단기 거시경제 지표의 변동, 주식시장에서의 수급 등이 PEF투자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
또한 PEF투자에서는 경영권을 인수해 회사를 직접 운영하거나, 혹은 소수지분 투자라고 할지라도 이사회 참여나 주주간계약을 통해 회사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투자기간 중 직접적으로 투자 지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이 가능하다. 뛰어난 경영진을 채용하면서 기업가치 상승과 연계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던지, M&A를 통해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단기간에 높이면서 빠른 성장과 이익률 확대를 도모한다던지, 회사에 존재하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유휴현금 등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에 활용한다던지 등의 활동이 예시가 될 수 있다. 경기 침체나 증시 하락장 시기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유보 현금이나 차입 여력을 활용한 볼트온 M&A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PEF 실무에서는 거시경제 환경 및 주식시장의 변동 등에 따른 분기 실적과 평가손익의 변동보다는, 3~7년 후에 주식시장 환경이나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기업의 근본적인 시장지위와 이익창출력이 높아지고 인수인에게 매력도가 더 높은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여부를 상대적으로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고 변동성이 커지며, 상장 및 비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 배수가 하락하고, 수급 차원에서 매도인보다 매수인 우위가 되는 상황이 PEF가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오히려 더 유리한 시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앞서 설명한 상장주식 투자자들의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약세장 시기에는 실제 기업 실적의 감소 폭 대비 주가는 더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PEF입장에서 투자 매력도는 크게 높아지게 된다.
PEF들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최근의 약세장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여러 상장주식 투자자들, 그리고 기업의 CFO나 M&A 담당임원 입장에서도 곱씹어볼 만하다. 특히 구조적으로 매일매일의 주가 변동에 크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장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본인이 PEF의 입장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한번 상상해보면 어떨까. 사실 매일매일의 투자 성과에 대해서 특별히 외부 평가를 받지 않는 개인투자자들도 상장주식에 투자한 이후 매일 실시간으로 계좌 손익을 확인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단기간 내에 주식을 매매하여 수익을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장기 투자하는 것을 넘어, 본인이 PEF의 입장에서 3년에서 7년 정도의 기간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단순히 주식을 시세에 따라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관점에서 투자한다고 상상해 본다면, 본인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경기 싸이클은 항상 순환한다는 시점에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 실적과 가치를 결정하는 변수들은 기존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중점적으로 고민하던 다음 1~2분기 실적, 수급, 거시경제 지표의 변동과는 다른 요소들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산업의 장기 전망, 회사의 산업 내 경쟁력, 경영진의 수준, 자본구조에 대한 정책, 주주에 대한 정책, 기업가치 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 방향 등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상장주식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지난번 글에서 설명한 대로, 현재의 우리나라 제도 하에서는 기업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20~5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이사회 전원을 임명하고 있다. 주가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계 최고 수준(60%)의 상속세, 50%에 육박하는 배당소득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에 의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임명한 이사회가 최대주주에게 이익이 되고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장기 투자를 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상장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고, 최대주주와 일반주주간에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너라고 불리는 개인 최대주주가 없는 기업이거나, 상속을 하지 않고 매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혹은 상속이 완료되었으나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서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되는 경우도 일부 해당된다. 사실 이런 방식으로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장기적 동기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PEF들의 투자 관점의 일부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 상장 주식 시장에는 위에서 설명한 여러가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상장기업의 주가가 상장/비상장기업을 포괄하는 M&A 시장에서의 밸류에이션보다 큰 폭으로 저렴하게 유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존재한다. 상장기업들이 비상장기업들보다 부족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비슷한 기업이라면 오히려 상장주식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관의 경우에는 사실 펀드 구조, 조건 등의 관점에서 허락된다면 그리고 디스카운트에 거래되는 주식을 시장 가격에 매수해서 PEF 방식으로 투자한 것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장내매수를 통해서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장외에서 M&A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최근과 같은 높은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동반한 약세장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PEF의 관점이 상장주식 투자자 분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이 요즘 매우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예 주식투자를 포기한 것인지, 사상 최고를 달성했던 고객예탁금이 올해 1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도 올해 6월 약 4조 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지금과 같은 장에서는 어떠한 말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참고가 되는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오늘은 PEF들의 투자 방식을 상장주식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접근법과 비교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상장주식 투자의 세계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주로 다음 1~2개 분기, 길게는 향후 12개월 동안의 실적 추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데스크탑 리서치, 기업 탐방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 및 다른 시장참여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다음 1~2개 분기 실적이 의미있게 더 높을 기업을 찾아서 매수하고,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매도한다. 또한 수급, 테마, 센티먼트, 주요 거시경제 지표 등 회사의 실적 이외에도 단기 주가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들을 최대한 고려해서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고 현금비중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조절해 나간다. 상장시장에서 활동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매년, 매분기, 매달, 매주, 어떤 경우에는 매일매일 투자한 종목들의 주가에 따라 벤치마크와 비교하여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거나 환매가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은 운용 방식을 취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매매를 통해 실현되지 않았어도, 매 시점의 평가 손익 자체가 중요하다. 요즘과 같이 주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지수가 대체로 하락하는 약세장이 괴로운 주요 이유다.
반면, PEF에서는 평균 3~7년 정도의 기간을 보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투자 대상 기업이 상장기업이든 비상장기업이든 큰 차이는 없다. 투자기간 중에 통상 분기 단위로 가치평가를 하긴 하지만, 대부분 폐쇄형 펀드이기 때문에 중도 환매는 불가능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은 투자기간 중에 평가액이 어떻게 변동했던지와 무관하게 최종 회수시 얼마를 회수했느냐, 얼마의 수익률을 창출했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된다. 3년에서 7년이면 경기 싸이클이 한번 정도는 순환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다. 그리고 투자 회수 시점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고 만기 이전에 적절한 시점을 선택해서 투자 회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장주식 투자의 세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 다음 1~2분기 실적, 단기 거시경제 지표의 변동, 주식시장에서의 수급 등이 PEF투자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
또한 PEF투자에서는 경영권을 인수해 회사를 직접 운영하거나, 혹은 소수지분 투자라고 할지라도 이사회 참여나 주주간계약을 통해 회사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투자기간 중 직접적으로 투자 지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이 가능하다. 뛰어난 경영진을 채용하면서 기업가치 상승과 연계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던지, M&A를 통해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단기간에 높이면서 빠른 성장과 이익률 확대를 도모한다던지, 회사에 존재하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유휴현금 등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에 활용한다던지 등의 활동이 예시가 될 수 있다. 경기 침체나 증시 하락장 시기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유보 현금이나 차입 여력을 활용한 볼트온 M&A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PEF 실무에서는 거시경제 환경 및 주식시장의 변동 등에 따른 분기 실적과 평가손익의 변동보다는, 3~7년 후에 주식시장 환경이나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기업의 근본적인 시장지위와 이익창출력이 높아지고 인수인에게 매력도가 더 높은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여부를 상대적으로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고 변동성이 커지며, 상장 및 비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 배수가 하락하고, 수급 차원에서 매도인보다 매수인 우위가 되는 상황이 PEF가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오히려 더 유리한 시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앞서 설명한 상장주식 투자자들의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약세장 시기에는 실제 기업 실적의 감소 폭 대비 주가는 더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PEF입장에서 투자 매력도는 크게 높아지게 된다.
PEF들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최근의 약세장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여러 상장주식 투자자들, 그리고 기업의 CFO나 M&A 담당임원 입장에서도 곱씹어볼 만하다. 특히 구조적으로 매일매일의 주가 변동에 크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장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본인이 PEF의 입장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한번 상상해보면 어떨까. 사실 매일매일의 투자 성과에 대해서 특별히 외부 평가를 받지 않는 개인투자자들도 상장주식에 투자한 이후 매일 실시간으로 계좌 손익을 확인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단기간 내에 주식을 매매하여 수익을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장기 투자하는 것을 넘어, 본인이 PEF의 입장에서 3년에서 7년 정도의 기간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단순히 주식을 시세에 따라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관점에서 투자한다고 상상해 본다면, 본인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경기 싸이클은 항상 순환한다는 시점에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 실적과 가치를 결정하는 변수들은 기존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중점적으로 고민하던 다음 1~2분기 실적, 수급, 거시경제 지표의 변동과는 다른 요소들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산업의 장기 전망, 회사의 산업 내 경쟁력, 경영진의 수준, 자본구조에 대한 정책, 주주에 대한 정책, 기업가치 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 방향 등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상장주식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지난번 글에서 설명한 대로, 현재의 우리나라 제도 하에서는 기업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20~5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이사회 전원을 임명하고 있다. 주가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계 최고 수준(60%)의 상속세, 50%에 육박하는 배당소득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에 의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임명한 이사회가 최대주주에게 이익이 되고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장기 투자를 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상장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고, 최대주주와 일반주주간에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너라고 불리는 개인 최대주주가 없는 기업이거나, 상속을 하지 않고 매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혹은 상속이 완료되었으나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서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되는 경우도 일부 해당된다. 사실 이런 방식으로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장기적 동기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PEF들의 투자 관점의 일부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 상장 주식 시장에는 위에서 설명한 여러가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상장기업의 주가가 상장/비상장기업을 포괄하는 M&A 시장에서의 밸류에이션보다 큰 폭으로 저렴하게 유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존재한다. 상장기업들이 비상장기업들보다 부족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비슷한 기업이라면 오히려 상장주식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관의 경우에는 사실 펀드 구조, 조건 등의 관점에서 허락된다면 그리고 디스카운트에 거래되는 주식을 시장 가격에 매수해서 PEF 방식으로 투자한 것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장내매수를 통해서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장외에서 M&A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최근과 같은 높은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동반한 약세장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PEF의 관점이 상장주식 투자자 분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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