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꼽았다. 도어스테핑에서 정무적으로 정제된 판단이 아닌 '전 정권은 잘했나' 등의 견해를 표명하는 방식이 국민을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1일 밤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저는 지지율 40% 선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0%대로 추락한 건 도어스테핑과 최근 이준석 사태 때문으로 본다"며 "(많은 분석가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인사 실책보다 더 나쁜 건 인사 실책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트리거(방아쇠)로 결정적 작용을 했지 않나 싶다"면서 "전 정권은 잘났습니까?' 이러니까 (국민들이) 확 돌아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후보 시절부터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다"며 "제대로 준비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서 정제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한 다음에 (도어스테핑을) 개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당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대답했다. '사전 검증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았다'는 질문에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라"고 했다.
이에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보다는 낫다'가 아닌 '윤석열 정부라서 다행'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며 "여야가 오십보백보의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출입 기자단 중 1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지난 11일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나, 윤 대통령은 12일 원거리에서 대기하는 기자들에게 "물어보세요"라며 질문에 일부 답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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