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해고 강수 둔 갭…"재고 떨이 판매 등으로 2분기 적자 가능성"

입력 2022-07-12 13:53   수정 2022-08-11 00:01


미국 의류회사 갭이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물어 소니아 싱갈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했다.

갭은 싱갈 CEO를 경질하고 밥 마틴 이사회 의장에게 임시 CEO 직을 맡긴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그는 갭의 이사회에서도 물러나게 된다. 싱갈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갭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2년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디.

갭의 이번 인사조치는 최근 실적 부진에 있다.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갭의 성장세가 수년 동안 정체된 가운데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져온 브랜드 올드네이비까지 최근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드네이비는 지난해 여성 의류 사이즈를 다양화했다가 재고 급증 역풍을 맞았다. 가장 수요가 많은 중간 사이즈 의류는 품절 사태를 빚은 반면 초대형 사이즈 옷은 남아돌다가 재고로 쌓였다. 싱갈은 사무실 출근이 재개되면서 편한 일상복 수요가 줄고 외출복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 결과 갭의 지난 분기(2~4월) 매출은 3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 이 기간 순손실은 1억6200만달러였다. 4월 말 기준 갭의 재고는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34% 급증했다. 갭은 쌓인 재고를 대폭 할인 판매로 처리할 계획이다. 이런 요인을 반영해 갭은 이번 분기(5~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역성장하고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갭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50% 이상 하락하며 ‘반토막’났다.

갭은 유통기업 월마트 출신들을 전진 배치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갭의 임시 CEO가 된 마틴 의장은 월마트 국제사업부문 CEO, 올드네이비의 새로운 대표인 호라시오 바베이토는 월마트 캐나다 CEO를 장기간 역임했다.

최근 들어 실적 부진을 이유로 CEO를 교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생활용품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마크 트리톤 당시 CEO에게 지난달 말 사표를 받았다.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아머의 패트릭 프리스크 전 CEO도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5월 사의를 표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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