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분단된 지 올해로 77년이 흘렀다. 분단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남과북의 이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술사는 존재하는 작품을 연구대상으로 하기에 분단의 영향이 더 심각하다. 북방이 중심이었던 고구려와 고려시대 미술사 연구는 남한에서 태생적 한계를 지닐수 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근·현대미술에 대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탓에 한국미술사는 절름발이 연구에 그쳐왔다. 오랜 역사를 공유해 온 민족공동체로서 남과 북은 문화유산에 대한 포괄적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미술로 하는 남북대화'는 한계에 부닥친 한국미술사를 온전하게 바로세우기 위한 남한미술사학자들의 성과물이다. 덕성여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가 <남북 상호 이해에 기반한 신북방 미술네트워크: 고대에서 근현대까지>라는 주제로 수 년간 지속해온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일본인을 포함해 18명의 미술사학자들이 출판에 참여했다. 이들은 북한의 문화유산과 근현대 미술관련 논문을 한 곳에 모아 북한미술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반쪽이 아닌 완전한 한국미술사를 아우르려면 북한 소재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며,이를 위해서는 북한사회의 특수성부터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한다. 1970년대 북한의 주체미술을 그들의 내재적 관점에서 이해를 시도한 글도 눈길을 끈다.
이송란 덕성여대 인문과학연구소장은 "고구려와 발해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남과북이 공동의 역사관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미술사 분야에서 남북 공동의 이해를 다지기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책 출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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