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동 소재 한 중식당에서 진행된 협회 하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가입자가 상품 지정 시 원리금보장상품을 단독으로 택할 바에 디폴트옵션을 활용하지 않는 게 더 나은 대안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디폴트옵션이 적용되기 위해선 6주간의 대리기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 동안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를 적용 받지 못할 수 있지 않느냐"며 "가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을 원할 경우에는 직접 운용지시를 내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디폴트옵션은 DC·IRP 형태에서 가입자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노후 대비 자산형성에 일조할 수 있도록 실적배당상품 등 투자자산으로도 자금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금융투자업계가 도입을 촉구해 왔다.
시장 안팎에선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을 활용해 원리금보장상품 단독 투자를 단행할 경우 당초 제도 도입 취지인 '수익률 제고'를 훼손할 수 있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만 나 회장은 디폴트옵션 설정 대상에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되는 데는 공감했다. 나 회장은 "제도상으로 다양한 위험수준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낮은 위험단계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이 단품이나 포트폴리오로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 회장은 이날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으로 언급되고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한 의견도 짧게 언급했다. 최근 삼성자사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3사는 디폴트옵션 제도에 적합한 상품이라면서 TDF 개념을 ETF에 대입한 'TDF ETF' 상품을 줄지어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나 회장은 "ETF도 집합투자증권이기 때문에 퇴직급여 법령상으로는 디폴트옵션에서 빠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과 협의를 통해 법령상 요건을 갖춰 상품심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출시된 TDF형, 타깃리턴펀드(TRF)형 ETF 등 단독 ETF 상품에 대해선 아직 상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랙레코드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시장에서 충분한 검증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TDF나 BF에서 ETF를 편입해 운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ETF가 제외되어 수익률 확보가 어렵다고 말하기는 곤란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제2 증권거래소인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대한 경과도 이날 공유했다. 연내 예비인가와 법인설립을 마친 뒤 늦어도 2024년 초 ATS 업무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나 회장은 "7개 대형증권사와 협회를 중심으로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인가준비와 법인설립 등 여러 사전작업을 착실히 진행 중"이라면서도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 발표와 상관없이 법령상 인가요건에 근거해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나 회장은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은 임기 이후 거취나 차기 회장 이슈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남은 임기가 꽤 되는 만큼 불안한 시장 대응, BDC제도 도입, 퇴직연금 운용규제 개선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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