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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낮은 인플레이션과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는 ‘대안정’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블랙록은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했다.
블랙록 “거시적 변동성 커져”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블랙록의 투자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중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필립 힐데브랜드 블랙록 부회장은 “대안정의 시대는 끝났다. 거시적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과 채권 모두의 위험이 높아지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블랙록은 우크라이나전쟁과 노동력 부족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때만 정책 방향을 바꿀 것 같다”고 내다봤다. Fed가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면 경제에 대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블랙록은 미국과 영국, 유럽 주식의 투자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비중도 축소했다. 블랙록은 “약 30년 만에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주식과 채권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변동성 장세에서는 주식과 채권에 각각 60%, 40% 투자하는 방법과 저가 매수 전략 모두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록은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강세를 띨 것이란 전망은 고수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과 이자가 늘어나는 물가연동국채에 대해선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블랙록은 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물가연동국채를 선호한다고 했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장은 “우리 앞에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적은) 골디락스 시나리오는 없다”며 “투자자들은 끈질긴 인플레이션 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달러로 美 기업 실적 감소
블랙록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뉴욕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UBS는 이날 올해 S&P500지수 전망치를 종전 4850에서 4150으로 하향 조정했다. S&P500지수 종가(3854.43) 대비 7.6% 높은 수준이다. 내년 목표치는 기존 5000에서 4400으로 낮췄다.물가 상승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실적으로 버티던 증시가 무너질 것이란 예상이다. UBS는 S&P500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종전 235.5달러에서 234달러로 낮춰 잡았다. 키스 파커 UBS 전략가는 “경기 침체는 물론 인플레이션 완화도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강세도 기업 실적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 법인을 통해 거둬들이는 매출은 상당하다. 그런데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현지 통화로 벌어들인 매출을 달러로 환산할 때 액수가 줄어든다. 예컨대 1달러=1000원일 때 미국 A기업의 한국 매출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한국 법인을 통해 1000달러의 매출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강달러로 1달러=1300원이 되면 매출은 769달러로 감소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비교한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2.6% 상승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적으로 강한 달러 때문에 최근 S&P500지수의 반등세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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