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단 지휘봉 잡는 로봇…예술 감성 사람보다 나을까

입력 2022-07-12 18:05   수정 2022-07-13 00:30

로봇이 진화하면 인간처럼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로봇이 오케스트라도 지휘할 수 있을까. 국립극장이 내년 로봇 지휘자를 무대에 올리는 실험을 벌인다.

국립극장은 다음달 3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무대에 올릴 공연 리스트를 12일 공개했다. 국립극장은 이 기간에 직접 제작하는 신작 26편과 레퍼토리 10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1편 등 모두 61개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2012년부터 시즌제를 도입해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전속단체의 신작을 공개하고 있다.

새 시즌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4-부재(不在)’다. 지휘자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협업해 개발 중인 로봇이 관현악을 지휘할 예정이다. 서양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서 로봇 지휘자가 포디엄에 오른 적은 있지만, 국악관현악을 지휘한 적은 없었다.

공연 제목 ‘부재’는 인간 지휘자의 부재를 뜻한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악보를 학습하고 연주자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살피면서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휘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로봇이 인간 지휘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지, 반대로 인간 지휘자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될지, 그 자체로 예술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6월 3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창극과 다양한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도 선보인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정년이’(2023년 3월 17~26일)는 1950년대 여성 창극 배우들의 성장기를 그린 동명의 웹툰을 각색한 작품이다.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와 ‘억척가’를 완성한 남인우, 이자람이 각각 연출과 작창을 맡았다.

장애인이 직접 창작 주체가 되거나 장애인 관객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무장애 공연도 역대 최다인 4개를 올린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9월 15~18일)와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처드 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 이야기로 각색한 연극 ‘틴에이지 딕’(11월 17~20일)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장애인과 소외계층 학생으로 구성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2023 함께, 봄’(2023년 4월 15일)과 연극 ‘우리 읍내’(2023년 6월 22~25일) 등도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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