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한참 열심히 파렛타이저 돌리고 있는데 원청 팀장님이 오셔서는 자꾸 주문량 못 맞출 것 같다고 다그치고, 욕하고... 공교롭게도 그 때 현장소장님도 잠시 자리를 비우셨을 때인데 자리에 없다고 적재해놓은 물건도 발로 차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매번 주문량 쏟아지는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매일 이런 일이 반복돼서 불안해 일을 못할 정도에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싶어요.”
A는 음료를 만들어 병에 주입하는 원청 회사에서 포장된 박스를 지게차가 옮길 수 있게 파렛타이저에 적재하는 기계를 돌리는 일을 하는 협력업체 직원입니다. 최근 반복되는 원청 생산팀장인 B의 신경질적인 반응과 닦달을 견디다 못해 원청의 고충처리담당에게 위와 같이 상담을 받았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더운 여름인지라 음료 주문량이 많아 매일매일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추느라 다들 정신없이 바빴던 때였습니다. B와 주로 업무에 대한 소통을 하는 현장소장도 있었지만, 성수기에는 이곳저곳에서 부르고 처리할 일들이 많아 현장소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현장소장도 B의 연락을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는지, B는 자주 A가 일하는 현장에 내려와서 A를 포함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불량 안 나오게 제대로 일해라”, “빨리빨리 해라”라는 등으로 다그치고, 심한 날에는 욕도 하고 쌓여있는 제품을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성수기에는 이런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습니다. A를 비롯한 하청업체 직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더운 여름철에 많은 업무에 치이고 힘든데, B의 짜증 섞인 다그침과 욕을 들으며 일을 하느라 매일이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A는 지속되는 B의 괴롭힘 행위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소화도 안 돼서 매일 약을 복용하다가, 원청 게시판에 부착된 고충신고 안내문을 보고 원청에 신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A가 B로부터 겪는 고충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요?
<판단>
A를 비롯한 하청업체 직원들이 겪고 있는 B로부터의 고충은 원청 소속의 팀장이라는 B의 지위·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요건의 대부분은 충족합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행위자)가 다른 근로자(피해자)에게 한 행위여야 합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같은 직장 즉, 같은 사용자 소속의 근로자 간 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발생한 행위여야 하므로, 법률상의 직장 내 괴롭힘이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원청의 취업규칙 등 사규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의 적용에 대해 하청업체와 같이 원청의 업무와 관련한 업체 소속의 직원에게 한 행위까지도 적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면, 내부 규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되는 것으로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만일, 원청의 취업규칙 등 사규에서도 협력업체 소속 직원에 대한 행위까지도 직장 내 괴롭힘을 적용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없고, 법률상 당사자성이 부정되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 사실이 명확하다면 원청의 사용자는 B 등 직접 근로관계에 있는 직원에 대하여 재발방지조치 등 사업장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원청의 사용자는 사업장 내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그 상대가 누구이건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면 징계 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 적정선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최소한 도덕윤리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부적절한 행위라면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와 관계 없이 필요한 규범을 세우고 질서를 다잡는 조치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수석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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