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있다면 당시 영국에 있던 대처의 강력한 리더십과 치밀한 대응 전략이 우리에겐 부재(不在)하다는 것 정도일까. 그와 관련된 웃지 못할 일화 두 가지. 지난달 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갑자기 스위스 출장을 떠났다. 화물연대 파업을 코앞에 두고서다. 국제노동기구(ILO)총회에 참석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자 민노총이 “새 정부의 노사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 시점에 노동 총괄부처 장관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고 비꼬았다. 노조 쪽에서 봐도 황당한 모양새였다. 결국 화물연대 파업은 8일 만에 정부가 백기를 드는 것으로 끝났다. 대통령실에서는 이 장관의 출장에 ‘격노’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 장관은 주 52시간제 보완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그러자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상황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돼 가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물론 두 달밖에 안 된 정부를 12년 집권의 대처 정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새 정부의 노동개혁이 말만 앞서지, 그에 걸맞은 밑그림과 팀워크, 전략이 부족하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상대해야 할 주요 개혁 대상이 민노총이다. 문재인 정권 5년간 촛불시위 청구서를 들이밀어 몸집을 정확히 두 배(조합원 2016년 65만 명→2021년 113만 명)로 불린 ‘법 위의 권력자’들 말이다. 그 지도부는 지금도 각종 현장 파업을 부추기며 새 정부 리더십에 대해 ‘간’을 열심히 보고 있다. 적절한 때 총파업을 무기로 새 정부의 목줄을 거머쥐고 다시 한번 ‘노조 공화국’의 주인이 되기를 기다리며 말이다. 대처가 노동개혁을 4년간 전쟁처럼 준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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