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역형 중심의 과도한 기업 형벌 개선, 만시지탄이다

입력 2022-07-12 17:24   수정 2022-07-13 07:19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에 대한 경제 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자리에서다.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 주도 혁신 성장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형벌 조항부터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 285개 경제 관련 법률에 처벌 조항이 2657개나 된다. 이 중 83%인 2205개가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기업 대표가 되는 순간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6개 부처 소관 경제법률의 형벌 규정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처벌 항목 6568개 중 92%(6044개)가 대표와 법인을 함께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외국인 경영자들이 처벌 부담에 한국 근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자본시장법 등 경제 관련 법안 중 과징금이나 과태료로 충분한 사안에 형사 처벌을 적용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서류 누락 등 절차적 위반에까지 형벌을 부과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한 없는 징역형에 벌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추가한 과잉·중복 처벌의 대표 사례다.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 이런 배경에 기업에 대한 형벌 부담이 깔려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기업의 경우 형사법보다는 민사법적 접근이 필요하다. 회사의 불법행위는 대부분 금전과 관련된 것인 만큼 벌금과 같은 재산형(刑)에 중점을 둬야 하지만 지나치게 징역형에 의존해온 게 현실이다. 전수 조사를 통해 기업에 대한 형벌 규정을 추출한 뒤 필수불가결한 처벌이 아니라면 모두 도려내거나 행정제재 등으로 바꿔야 한다.

이참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제 분야 법률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종합 청사진도 마련해야 한다. 평범한 투자 결정도 실패하면 범죄자로 만드는 배임죄 등 기업가정신을 꺾는 징벌형 법이 수두룩하다.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지난 정부의 반(反)기업 입법 홍수는 시장경제를 무력화하고, 법치를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면한 복합위기가 엄중한 만큼 과감한 규제 개혁과 함께 기업 활력을 고취하기 위해 경제 법률 시스템 전반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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