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우주의 심연 보여주는 제임스웹 망원경

입력 2022-07-12 17:27   수정 2022-07-13 00:22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90년 4월 우주왕복선으로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린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권의 간섭을 받지 않아 지구상의 거대한 망원경으로도 얻기 힘든 선명한 우주 사진을 30년 이상 보내왔다. 렌즈 지름 2.4m인 허블이 2004년 1월 보내온 ‘허블 딥 필드’는 아무것도 없는 빈 하늘을 11일에 걸쳐 찍은 4색 사진인데, 여기서 약 3000개의 은하가 발견됐다. 이후 우주의 빈 공간 어디를 찍어도 좁은 점 안에 무수히 많은 은하와 천체들이 가득했다. 허블은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70억~120억 년 전에 형성된 2000개 이상의 초기 은하를 발견하는 등 우주물리학 발전에 막대하게 기여했다.

NASA가 지난해 12월 발사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허블의 뒤를 잇는 최첨단 적외선 우주망원경이다.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처럼 이어 붙인 것으로, 파장이 길어서 우주먼지나 가스구름을 통과해 훨씬 멀리까지 가는 근적외선 및 중적외선 파장을 포착할 수 있어 해상도가 허블보다 100배나 높다. 초기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에 안착한 웹망원경이 찍은 초기 우주의 총천연색 사진이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됐다. 중력이 미치지 않는 L2 안착 직후 웹망원경이 지구에서 약 2000광년 떨어진 별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이 일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정교한 처리 과정을 거쳐 우주 깊은 곳의 이미지를 풀컬러로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사진은 지구로부터 46억 광년 떨어진 ‘SMACS0723’이라는 은하단의 이미지다. 은하단보다 멀리 떨어진 뒤쪽 천체의 빛을 확대해 휘게 하는 ‘중력 렌즈’ 현상으로 관심을 끄는 천체다. 사진에서는 약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이후 8억 년 뒤인 1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우주 천체의 빛도 관찰됐다.

12일에는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대성운(Carina Nebula), 1150광년 떨어진 거대 가스 행성으로 2014년 발견된 외계행성 WASP-96b,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진 지름 0.5광년의 남쪽고리 성운, 1877년 처음 발견된 슈테팡 5중은하 등의 사진도 공개됐다.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인류의 눈’이 앞으로 보내올 또 다른 우주의 이미지가 기다려진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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